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국민대 교수 시절 논문을 두고 이어지는 각종 의혹과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 부총리는 50대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설문조사 결과를 자신의 학회지 논문에 사전 인용한 사실이 드러나 ‘표절’ 시비가 인 이후 꼬리를 물고 있는 갖가지 논문 논란에 적극 해명하면서 ‘결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명이 거듭될수록 의혹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거나 ‘관행’ 탓으로 돌리는 해명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제자 구청장'이 용역 준 보고서에 책임자로 기재
연구책임자에 왜 이름 올렸나
31일 김 부총리가 서울 성북구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맡았고, 당시 진영호 성북구청장은 이 용역보고서를 원용해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거래 의혹’이다.
# 해명 거듭할수록 의혹만 눈덩이
김 부총리가 4,700만원의 용역비를 받고 2001년 9월 성북구에 제출한 보고서 제목은 ‘21세기 성북비전을 위한 행정수요조사’. 김 부총리가 연구책임자, 조경호 국민대 교수와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공동 연구자로 되어있다. 진영호 당시 성북구청장은 ‘지방행정 행정수요 파악 및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제목의 논문으로 2002년 2월 국민대 행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의 용역보고서와 진 전 구청장의 논문은 제목이 비슷하지만 분석 방식과 내용, 결론은 다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일종의 베끼기는 아닌 것이다.
교육부는 “조 교수와 김 연구원이 사실상 연구를 도맡았고, 김 부총리는 당시 국민대 지방자치경영연구소장 자격으로 이름만 올렸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용역보고서 연구책임자로 되어있고 진 전 구청장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김 부총리가 구청장 박사논문을 지도해주고, 구청장은 지도교수가 소속된 대학에 용역을 준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책임자로 이름을 올린 부분은 더욱 석연치 않다. 김 부총리측은 “다른 용역보고서도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명쾌한 설명이 없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가 1997년 12월 성북구로부터 1억여원의 용역비를 받고 직업 연구에 참여한 ‘성북구 구정발전 5개년 계획’ 보고서에는 김 부총리 자신이 연구책임자로 되어 있어 2001년 용역 불참 진실성이 눈총을 받고 있다.
가시지 않는 다른 의혹들
논문 논란이 확산된 이후 김 부총리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25일 단 1차례다. 교육부에 1단계 BK(두뇌한국)21 사업 실적을 내면서 같은 논문을 2건의 실적으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논문 중복 보고 논란이 거셌던 시점이다. 김 부총리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잘못을 시인했지만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여러 논문 관련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30일 ‘사실을 밝힙니다’ 제목의 김 부총리 해명서에 대해서도 학계는 고개를 흔든다.
학계에서는 통상 BK21 사업 최종실적보고서의 경우 사업팀장인 교수가 확인하는 게 기본적인 절차인데도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김 부총리가 조교 등 실무진에 맡긴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BK21 사업에 참여했던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종실적보고서를 사업팀장이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며 “김 부총리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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