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서울 도심이 한적해지고 있지만 한 군데는 예외다. ‘위대한 세기 : 피카소’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뒤로 개막 초기보다 관객이 2배 가까이 늘어 매일 평균 6,000여 명을 헤아린다. 지금까지 다녀간 유료 입장객이 15만 명을 넘었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전 생애에 걸쳐 시기별 대표작과 걸작 등 140여 점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카소 회고전이다. 전시작은 대부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여름 방학 이후 전시장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 관객이 부쩍 늘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나 미술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장맛비가 그친 지난 토요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미영(37)씨는 “어릴 때부터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을 것 같아 데려왔다”며 “피카소 작품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왜 저렇게 그렸을까 궁금하고 흥미롭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박씨의 딸 수연이는 피카소의 ‘우는 여인’ 앞에서 “엄마, 그림이 이상해. 으, 징그럽다”고 하면서도 한참을 들여다봤다.
여자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난생 처음 미술 전시회에 왔다는 대학생 유석준(21)씨는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피카소가 평생 그린 다양한 작품을 직접 보니까 그의 성공이 타고난 재능 뿐만 아니라 끝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터넷 싸이월드의 피카소타운(http://town.cyworld.com/picassokorea)에는 이번 전시를 본 사람들이 남긴 감상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천재에다 생전에 인기까지 누린 피카소에 질투가 나서 전시를 안 보려고 했다가 뒤늦게 가봤다는 한 네티즌은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편견에 사로잡혔는지 깨달았다. 책으로만 봤던 그림들의 강렬함이 가슴을 후려치는 듯 했다”고 썼다. 피카소가 생애의 마지막 3년 간 제작한 무젱의 판화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또다른 네티즌은 “평생 동안 예술적 도전을 계속해서 근 100년의 미술사를 자신의 것으로 집어 삼킨 그의 노력과 재능, 열정이 부럽다”고 썼다.
피카소는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있다”고 했다. 피카소와 좀 더 적극적인 데이트를 하려는 관객들은 전시장을 찾기 전에 도록을 미리 구해 읽어보기도 한다. 도록은 인터넷(www.picassokorea.com)에서 주문할 수 있다. 예습할 시간이 없다면, 도슨트(해설자)가 작품을 설명해주는 시간에 맞춰 오면 좋다. 설명 시간은 평일 오후 1시, 3시, 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 오후 1시, 4시, 6시.
전시는 9월3일까지이며, 전시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저녁 8시까지이고 월요일은 쉰다. 입장은 문 닫기 1시간 전까지 할 수 있다.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차근차근 편안하게 보려면 오전이나 문 닫기 직전에 오는 것이 좋다. 서울시립미술관 (02)2124-8800, 문의 (02)724-29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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