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이 홀로 남은 저를 흔들 때마다 당신 생각에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어 봅니다. 아내로서 남겨진 일보다는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남겨주신 일들이 더 많을 걸 알기에 오늘의 이 자리가 더 숙연해집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 경협이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보내는 사부곡(思夫曲)을 통해 경협사업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현 회장은 31일 고 정 회장의 3주기(8월 4일)를 앞두고 언론에 공개한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제창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개척정신을 환기시키며, 위기 극복에 대한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남편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을 이끌어온 현 회장은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이나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국면 돌파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직원들의 용기를 북돋아 왔다.
현 회장은 편지에서 "앞으로 몇 해가, 아니 몇 십 년이 더 지나가도 더 선명해지기만 할 당신의 발자취들이지만 그 길을 좇아가는 저는 걸음이 느린지 자꾸 넘어지기만 한다"고 최근의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래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어서려 한다"고 밝혔다. 또 "하늘이 맺어준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 화해의 필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 무엇도 현대가 가야 할 이 숙명의 길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당신이 생전에 제게 베풀어 주신 사랑의 의미도 저 하나나 우리 가족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그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저의 사랑을 이제 더 큰 각오와 함께 현대의 이름으로, 우리 겨레의 이름으로 이 땅에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고 정 회장의 3주기를 맞아 추모 사진전과 금강산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과 금강산 추모비 앞에서 8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사진전에서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과 현 회장의 사진이 공개된다. 또 4일에는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하난 추모 음악회가 열린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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