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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문화를 만났을때] <5·끝>문화과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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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문화를 만났을때] <5·끝>문화과학을 위하여

입력
2006.07.3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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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이 문화의 흐름을 바꾸고, 인문학적 영감이 과학기술에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 영상과 음향기술은 예술창작의 영감을 불어넣고, 나이테 연대측정은 고고학과 진품 감정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의 심리와 뇌 연구의 연장선에서 로봇에 언어와 감정을 이입시키는 연구도 한창이다.

이러한 학문간 교류를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ㆍCT)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CT는 이미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과 함께 정부가 설정한 6대 주력 연구분야 중 하나다. CT가 IT, BT처럼 황금시장의 대안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3차원(3D) 영상을 이용한 문화재복원, 디지털시네마 구축, 스포츠과학 기반기술 개발 등 ‘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 26~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과학기술과 사회 통합을 위한 국제 학생회의(ICISTS-KAIST)’는 CT를 주제로 영화 음악 게임산업과 미래의 뉴미디어를 전망하기도 했다.

●무엇을 위한 융합인가

정부의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 CT의 본질과 나아갈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답할 수는 없다. CT 분야에 발을 딛고 있는 이들 스스로 “문화와 과학기술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결코 쉽게 융합할 수 없다”며 한계를 지적한다.

촉망받는 부부 비디오 아티스트인 ‘뮌’(김민 최문씨 부부의 이름을 합성)은 “새로운 영상 테크놀로지는 현대인의 확장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라며 “그러나 때로 정말 예술에서 기술이 필요한가라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고백했다. 동영상과 프로그래밍 기술은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도록 하지만, 때로 기술에 매몰돼 작가의 메시지가 실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텍스트 레인(Text rain)’이라는 미국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 있다. 화면에는 글자들이 쏟아져 내리는데 그 앞에 손을 대면 글자를 모아서 문장도 만들 수 있다.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상도 휩쓸었다. 하지만 그저 게임 아닌가?”(김민씨)

뮌의 작품 중 ‘노래방 프로젝트’가 있었다. 관람객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 이퀄라이저(Equalizer·음질조정기)의 각 칸마다 들어가 있는 사람 영상이 뛰어오르는 상호작용을 시도한 작품이었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마이크를 쥔 사람에 의해 조정되고 통제되는 군중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정작 관객들은 뛰어오르는 화면을 신기해 하기만 했다.

최문씨는 “어쩌면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져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그런 ‘예술적’ 프로그래머를 만나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드물다.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는 예술계가 아닌 산업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방법론적 융합은 가능한가

미 MIT에서 갓난아이와 나란히 로봇에 언어를 가르치는 뎁 로이 교수는 “인지과학자나 심리학자와 많은 교류를 하지만 실제 연구 협력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로봇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검증할 수는 있지만 인지과학 이론이 로봇개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인간에 대한 인지과학적 이론은 (알고리즘과 같은) 공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처럼 걷고 악수하는 휴보, 알버트 등 인간화 로봇을 개발해 온 KAIST 오준호 교수는 “로봇에 지능이 있다거나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건 비약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사람처럼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로봇을 연구하는 로이 교수와 상당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로봇 개발의 최종 목표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나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적 개발보다 철저히 하드웨어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봇에 과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하면 오히려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T는 열린 개념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임창영(산업디자인 전공) 교수는 CT에 대해 보다 열려있는 개념을 설파한다. “2010년에는 우리가 뭘 소비할까? 지금은 없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트렌드가 결합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감성을 전달하는 채팅 창이나 읽을 때마다 스토리가 달라지는 동화책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배우고 가르치려는 CT란 신기술이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한마디로 말해 CT란 미래를 보는 독창성이 아닐까?” CT는 예술과 과학기술을 넘나들며 천재적 창의력을 표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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