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대장정'에 나서겠다며 재계를 향해 야심적 제안을 내놓았다.
국내투자와 청년층 신규채용을 늘리고 하도급관행 개선, 취약 노동자계층 배려 등의 가시적 조치를 약속하면 재계가 줄곧 요청해온 관심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경영권보장 장치 마련, 수도권 규제완화 등에 더해 사법처리된 주요 경제인의 사면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 개혁론자로 알려져 온 김 의장이 예상되는 역풍과 비판을 무릅쓰고 비록 조건부이나마 '정ㆍ재계 뉴딜'을 제의한 것은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국정의 핵심이라는 현실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 핵심을 피해갈 수 없다면 자신과 여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가는 것이 민심을 잡는 지름길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했을 법하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여당대표가 시급한 우리 경제의 과제를 명시하고 고육책이라도 동원키로 한 것을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문제 인식과 해법 제시는 '우물에서 숭늉 찾는 식'이다. 여당 당직자가 "출총제 폐지로 재계가 주장하는 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토록 강력히 요구하니…"라고 실없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제안의 진정성부터 의문이 간다.
청와대나 정부와도 사전 조율한 흔적이 없어 제안의 실효성은 더더욱 믿기 어렵다. 당사자인 재계가 시큰둥한 것에서 보듯, 당정 협의과정에서 불거질 엇박자는 혼선만 키우기 쉽다.
지금 여당이 먼저 할 일은 정치권의 중지를 모아 정부와 함께 정책을 손질하고 투자환경을 예측 가능하게 정비하는 것이다. 이 정부가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체적으로 챙기라는 말이다.
출총제 등의 개폐도 이런 관점에서 해법을 찾는 게 옳다. 수익모델은 마땅찮은데 전투적 노조가 기승을 부리고 정부의 경제관리능력도 의심되는 토양에서 야성적 투자를 감행할 기업은 없다. 코드를 버려야 시장이 살고 투자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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