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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피란마을 폭격… 피로 물든 카나/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6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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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피란마을 폭격… 피로 물든 카나/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65명 사망

입력
2006.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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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피란민 91명이 숨졌던 남부 레바논 카나 마을이 또다시 피로 물들었다. 이날 새벽 카나에서는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최소 3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65명의 피란민이 목숨을 잃었다. 카나 마을은 19일째로 접어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서 가장 참혹한 비극의 현장이 됐다.

이스라엘군은 새벽 1시께 카나 마을을 공습, 대피소로 사용되는 4층 건물등 건물 수십 채를 파괴했다. 건물들이 폭삭 주저 앉으면서 마을은 폐허가 됐다. 지하 방공호에서 잠자던 피란민들도 몸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변을 당했다. 방 하나에 모여 있던 두 가족 18명이 모두 숨진채 발견되는등 피난처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건물 잔해에 묻힌 희생자의 절반 이상은 어린이들이었다. 성인 사망자의 상당수는 여성들이었다.

카나의 한 민방위 대원은 “신이여,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이들은 여기에 전쟁을 피해 왔을 뿐입니다”라고 울부짖었다. 레바논군관계자는 직격탄을 맞은 4층 건물에만 60명 이상이 있었으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카나 마을이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 거점이고 며칠 전부터 카나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사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공습은 피해 건물의 바로 옆에 있던 헤즈볼라 로켓 발사기지를 목표로 했었다”며 오폭 경위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주례 각료회의에서 카나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나 “헤즈볼라는 카나의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번 참사의 책임을 헤즈볼라에게 돌렸다.

항구도시 티레에서 동쪽으로 16㎞ 떨어진 작은 마을 카나는 10년 전에도 비슷한 비극을 겪었다.

이스라엘은 1996년 4월 ‘분노의 포도’ 작전때 카나에 있던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의 피란민 수용소를 공습했다. 피란민 91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밀려 군사작전을 중단했다.

카나의 비극은 레바논의 반 이스라엘 정서를 한층 자극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피의 보복’을 경고했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을 ‘전범’이라고 비난하며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카나 참사에 분노한 레바논인 수 천명은 베이루트 도심 유엔 건물에 난입하는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는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레바논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카나참사 직후 레바논 정부는 라이스 장관의 방문을 거부했다. 라이스 장관은 “무고한 생명의 손실에 매우 유감”이라며 “휴전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조건이 맞지 않는 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금까지 말에 비해 상당히 약화된 것이지만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다.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라이스 장관과 회담에서 레바논에 대한 군사 작전을 앞으로 10일~2주 더 지속하겠다고 밝히며 즉각 휴전을 거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등 국제사회는 레바논 사태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정당치 못한 행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즉각 휴전이 절실하다”고주장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사상 최악의 비극”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 상업도시 키암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유엔은 29일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측에서 600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3분의1은 어린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사망자가 75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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