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合祀)돼 있는 A급 전범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 전 외무대신의 손자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후임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일시 정지(모라토리엄)'를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외무성 구아(歐亞)국장을 지낸 가즈히코 교수는 1일 발간될 월간 '겐다이(現代)' 와의 회견에서 "중국이나 아시아 제국과의 알력을 깊게 만드는 이 상황은 '동양평화'에 목숨을 바쳤던 영령들이 바랐던 일본의 미래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후계자는 야스쿠니 참배의 일시 정지를 선언하고, 그 뒤 총리도 모라토리엄 해제가 가능한 시기가 올 때까지 이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역시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처형된 히로타 고키(廣田弘毅) 전 총리의 손자 고타로(弘太郞)씨는 27일자 아사히(朝日)신문과의 회견에서 "히로타 가문은 1978년 야스쿠니 합사에 동의한 기억이 없다"며 "야스쿠니가 조부를 제사 지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급 전범의 후손들이 잇달아 일본 총리의 참배에 반대하거나 A급 전범의 합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의 8월 야스쿠니 참배나 후임 총리의 참배는 상당히 곤란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패전 후 야스쿠니신사의 전몰자 합사는 일본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로 시작됐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발견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정부 문서들에 따르면 옛 후생성은 1956년 '(야스쿠니) 합사자는 국가가 결정한다'는 등 국가 주도로 합사 작업을 실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요강(안)을 정리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이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저촉된다는 지적 때문인지 2개월 후 확정한 요강에서는 '야스쿠니신사가 합사자를 결정한다'고 다시 바꿨다.
그러나 56년부터 일본 정부에 의해 적극 추진됐던 '3개년 합사계획'은 사실상 정부 주도의 원안에 따라 추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야스쿠니신사 내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의 B,C급 전범 유품 수집에 후생성이 직접 관여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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