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1시20분께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가요주점에서 화재가 발생, 손님 김모(59)씨와 김씨의 부인 이모(57)씨, 김씨의 처남댁 박모(36)씨, 박씨의 아들 이모(12)군 등 4명이 숨졌다. 불은 건평 33평 크기의 단층 건물 내부를 모두 태운 뒤 1시간10분 만에 꺼졌다.
화재 당시 가요주점 내 1호실에는 김씨의 처남인 이모(45)씨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요양을 내려왔던 남동생(37)이 건강을 되찾아 상경하게 되자 김씨 부부를 비롯해 친인척 7명과 함께 송별회를 갖고 있었다.
불이 나자 룸 출입문 앞에 있던 이씨는 손에 잡히는 대로 두 딸을 안고 빠져 나온 뒤 불길 속에 남아 있는 나머지 가족들을 구하러 달려갔지만 불길은 이미 가요주점 전체를 삼키고 있었다.
비상구를 통해 대피한 이씨의 남동생도 주점 옆 벽을 타고 돌아가 1호실 외벽을 소화기로 내리치며 1호실 내 화장실 벽에 작은 구멍까지 냈지만 형수와 조카 등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씨의 아내와 아들은 0.5평 남짓한 화장실에서, 김씨 부부는 1호실 출입문 쪽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불을 처음 본 손님 박모(26)씨는 "룸에서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던 중 갑자기 출입문 틈으로 연기가 들어와 대피했다"며 "룸에서 빠져 나오자마자 정전이 되면서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손님이 없던 6호실에서 연기가 나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로 미뤄 누전이나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화재 직후 가요주점 내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정전으로 조명이 꺼지면서 희생자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데다 유독 가스가 급격히 발생,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완도=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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