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한 외국계 대부업체가 그 틈을 노려 대출 공세에 나섰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업계, 서울시에 따르면 메릴린치가 출자한 대부업체인 페닌슐라캐피탈은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규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영업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페닌슐라캐피탈은 강남, 분당 등 수도권 알짜지역에서 영업 개시 1주일간 100억원 가량의 신규 대출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투기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 담보인정비율(LTV) 제한을 넘기려는 대출자 등 감독당국의 규제 적용 대상자들에 대해 6~8% 초반의 저리로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대부업 사업자 승인을 받고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나 영세 대부업체와는 달리 월간 1,000억원의 신규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고 은행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현행법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업체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관할지방자치단체의 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또 대부업법상 조치 대상은 불법채권추심 및 이자율에 한정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하는 것도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시중은행의 손발을 묶은 동안 외국계만 사각지대에서 돈을 벌어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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