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선 팝아트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오래 동안 관심 밖이다가 지난해 전후로 부쩍 주목을 끌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모토 등 일본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고, 국내의 몇몇 젊은 작가들도 팝아트로 대중 가까이 파고들었다.
금호미술관의 ‘Who Are You’ 전은 한국 팝아트의 경향을 작가들이 만들어냈거나 새롭게 해석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20대부터 40대까지 9명, 권기수 낸시랭 박용식 손동현 신창용 안수연 이동기 전경 최병진의 작품을 모았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나 동글동글 귀여운 권기수의 ‘동그리’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캐릭터. 권기수의 동그리는 색동띠의 빗줄기 속에서 노는 모습의 그림으로 걸린 것도 있고, 수 백 개가 전시장 바닥에 모여서 벽을 타고 천장까지 쭉 늘어선 설치작품으로도 나왔다.
손동현은 할리우드 영화의 캐릭터를 전신 초상의 동양화로 그렸다. 붓글씨 한자로 ‘미래경찰노보갑선생상’(‘로보캅’) ‘암흑지주다수배이다선생상’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등 제목을 써넣은 이 그림들은 미국 대중문화의 강력한 힘에 사로잡힌 한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낸시랭의 ‘터부요기니’(금기시되는 신적 존재) 시리즈는 어린 소녀의 얼굴을 가진 로봇 그림 연작이다. 캔버스에 그림, 사진, 홀로그램 페인팅, 큐빅, 크리스탈 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완성했다.
박용식은 만화에서 본 듯한 귀여운 생쥐나 강아지 인형 따위 친숙한 캐릭터를 엉뚱한 곳에 배치한 사진과 설치 작업으로 이질감을 즐긴다.
이소룡의 팬이라는 신창용은 이소룡이 나오는 쿵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림에 직접 출연한다.
이밖에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색상으로 형상화한 ‘레인보우마우스’의 안수연, 동화책 삽화 같은 이미지로 밝아보이지만 우울한 화면을 구성하는 전경, 도안책에 나오는 온갖 캐릭터를 조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로 완성한 최병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27일까지. (02)720-5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