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마트, 독일서도 '부적응 철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마트, 독일서도 '부적응 철수'

입력
2006.07.30 23:53
0 0

세계 최대의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가 한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철수한다.

마이클 듀크 월마트 부회장은 28일 성명을 내고 “독일 내 85개 점포를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에 넘긴다”고 밝혔다. 이 중 19개는 메트로가 인수하며 나머지는 임대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인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헐값에 팔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대형 할인점 체인 2곳을 인수하면서 기세등등하게 독일에 발을 들였던 월마트가 8년 만에 철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까다로운 독일 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미국방식대로 장사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월마트는 미국에서처럼 직원이 직접 계산대에서 물건을 포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독일 사람들은 오직 가격에만 관심있다”며 “독일 소비자는 월마트가 포장서비스를 혹시 물건값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며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메트로 등 다른 독일 할인 업체가 이미 물건값을 상당히 낮춘 상황에서 월마트의 ‘저가 공세’는 먹히지 않았고 ‘같은 값이면 독일가게를 가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월마트는 지난해 독일에서만 1억2,700만달러를 손해 봤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또 “노조 영향력이 큰 독일에서 무(無)노조원칙을 고집하며 노조와 마찰을 빚은 것도 여론에 좋지 않았다”며 “손님들 3㎙ 앞에서는 무조건 밝게 웃으라는 방침도 노조의 반발을 샀다”고 전했다.

FT는 월마트가 독일 철수를 계기로 해외 영업 전략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월마트는 해외 14개 나라에서 2,7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영업 성적은 신통치 않다. 전체 점포 중 40%가 외국에 있지만 여기서 거둬들인 수익은 20%에 그친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는 해외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이익을 내는 중국과 중남미 시장 개척에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마트는 지난 5월 한국 내 16개 점포를 신세계 이마트에 넘겼고 독일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발을 빼는 것을 검토 중이다.

마침 월마트는 이날 중국 푸젠(福建)성 촨저우(泉州)의 진장(晉江)점 직원 30명이 전세계 매장 중 처음으로 노조를 만든 것을 허용했다.

월마트는 96년 중국 진출 이후 노조 설립을 막으면서 중국 최대 노동단체 중화전국총공회(ACFTU)와 대치해 왔다. 결국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인 왕자오궈(王兆國) 총공회 주석은 월마트를 겨냥해 “노조법을 바꿔 외자기업의 노조 설립을 강제화하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차오젠(喬健) 중국노동관계학원 교수는 “올해 안에 중국에 20개 점포를 열고 5년 동안 15만명을 고용하려는 월마트로서는 총공회와 대립해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 손을 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