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는 1㎞ 이상 높이 떠서도 지상의 먹이를 정확히 포착한다. 제비는 어지럽게 날아 다니는 날벌레를 잡아낸다. 인간도 그리 뒤지지 않는다. 넓은 초원에서 생활하는 몽골 사람들은 2㎞ 떨어진 곳에서도 양들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뛰어난 자연의 눈도 인공위성의 카메라 눈에 비하면 달 앞의 반딧불이다. 지난 주말 목표궤도에 오른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는 685㎞ 고도에서 가로 세로 1㎙ 크기의 지상 물체를 촬영할 수 있는, '1㎙ 해상도'의 카메라 눈을 갖추고 있다.
■ 아리랑 2호는 '6.6㎙ 해상도'의 아리랑 1호에 비하면 약 44배나 눈이 좋아진 것이다. 지난해 말 아리랑 1호는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가로 80㎙, 세로 53㎙)를 찍어 화제가 됐지만 아리랑 2호는 한강 다리 위의 소형차를 찍을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6개국만이 운용하고 있는 고성능 인공위성을 대부분 우리 힘으로 제작했고, 외국에 의존한 핵심 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제작기술 면에서 보고 배운 바가 컸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국민과 함께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이번 성공이 내년의 한국형 로켓(KSLV) 발사 성공으로 이어져 본격적 우주개발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 그러나 아리랑 2호의 성공에서 자부심만 느끼고 있기에는 우주개발 선진국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아리랑 2호의 '1㎙ 해상도'는 미국과 일본 등의 정찰위성이 확보한 '25~30㎝ 해상도'에 비하면 여전히 눈이 어두운 편이다.
또 광학카메라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구름이 끼고 비가 오거나 밤이면 무용지물이다. 2009년에 발사될 아리랑 3호는 80㎝급으로 해상도가 높아지고, 레이더 장비도 갖추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지만 그 때를 전후해 선진국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0㎝급에 이를 전망이어서 질적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다.
■ 당장 아리랑 2호의 핵심 기술인 카메라와 저장장치를 각각 이스라엘과 프랑스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70% 자체 개발'이라는 자부심과는 별도로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운다.
메모리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DP), 휴대폰 등 생산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현혹돼 흔히 '세계 정상의 기술 수준'에 올랐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분야에서 설계기술이나 기초기술은 여전히 어린이 수준이다. 아리랑 2호의 성공이 그런 뼈아픈 자기인식의 계기도 돼야만 앞으로 진정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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