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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타까운 북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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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타까운 북한외교

입력
2006.07.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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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북한외교는 뭘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28일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보인 북한 외교 당국자들의 행태를 본 현장 외교관들의 푸념이다. 미사일 발사와 안보리결의안 채택 이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세는 외면한 채 철저하게 '벼랑 끝 전략'만 고수하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삽화는 28일 오전에 열린 연찬회(Retreat)에서도 연출됐다. 병색이 짙어 보이는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부당하고 강압적인 의장성명을 낼 경우 ARF에 계속 참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구태의연한 엄포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의 엄포는 아무런 공감도 얻지 못했다. 회원국 외무장관 가운데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아무도 악수조차 청하지 않은 싸늘한 분위기는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변화하는 시각을 가감 없이 반영한다.

백 외무상이 반기문 장관의 남북대화 제의까지 매몰차게 거절한 까닭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ARF는 현안이 있건 없건 외교관들이 일부러라도 무수한 양자접촉 기회를 만들어 악수하고 대화하며 스킨십을 쌓는 다자(多者)외교의 현장이다.

이런 자리에서 먼저 손을 내민 반 장관을 뿌리치고, 자기네들끼리 뭉쳐 다니며 유달리 뻣뻣하기만 했던 북한 당국자들의 모습은 결연한 의지로 읽히기 보다는 북한 외교의 갑갑한 '동맥경화'를 드러낼 뿐이었다.

그러잖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후해 북한 외교의 '동맥경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아무리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고, 미사일 발사 사태의 주도권도 군부에 있다고는 하지만 상식 수준의 외교까지 포기하는 북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때는 북한의 '벼랑 끝 외교'가 외교적 기술로 인정 받고, 또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통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국제정세는 강경 일변도로 풀어나가기에는 너무나 엄중하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부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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