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파는 장돌뱅이 아줌마 안효숙(44)씨가 세번째 수필집을 냈다.
안씨가 낸 수필집 ‘울지 마라 너만 슬프냐’(책이있는풍경 발행)에는‘5일장 장돌뱅이의 희망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책에는 지난 2년간 그가 시골 장터라는 낮은곳에 앉아 올려다 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씨는 3년 전 IMF사태 이후 모든 것을 잃고 장터로 떠밀린 힘없는 여성의 기구한 삶과 분주한 장터에서 다시 찾은 희망을 써내려간 수필집‘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를 펴내 화제가 됐다. 뒤이어 1년간의 뒷이야기를 엮은‘구리무 댁은 복두 많지’를 잇따라 출간해 전문가 이상 가는 글솜씨를 뽐냈다.
이번에 펴낸 수필집도 앞선 책과 같이 그의 삶의 터전인 시골 장터가 무대다. 장터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접하며 느낀 감회를 소재로 잡지에 연재했던 편지글을 묶고 자신의 요즘 생활상을 더했다.
3권째 수필집을 냈지만 안씨의 직업은 여전히 장돌뱅이다. 요즘도 충북 옥천과 영동, 충남 금산과 신탄진, 전북 무주 등의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좌판을 펴고 각종 화장품을 판다.
물론 생활의 일부가 된 글쓰기도 열심이다. 인터넷 블로그를 만들어‘손풍금’이라는 필명으로 장터에서 접한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안씨는 최근 자신에게 수필가라는 새로운 삶을 선물한 ‘마음의 고향’인 옥천 장터 부근으로 이사했다.“‘건강만 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옛 말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그는 “하지만 무릎이 꺾여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시장에서 얻어가면서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그것을 이번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안씨는“경제적으로 곤궁한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밝히고 “고향이 되어버린 장터에서 ‘동동구리무 장수’의 눈에 비친 따뜻한 이야기를 세상에 계속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팬들이 생긴 수필가인 안씨는 30일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손풍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팬클럽과 함께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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