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 ‘여섯 개 방의 진실’을 찾은 관객들은 헷갈린다. 실물하고 똑같아 보이는 그림, 조각, 설치 작품이 눈을 속인다. 국내 현대미술 작가 22명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작품을 모았다. 소재와 성격에 따라 작품을 6개 전시실에 나눠 배치하고 각 공간에 ‘101호-주부 L씨의 배고픈 식탁’ ‘B 101호-여대생 Y씨의 깨끗한 방’ 등 재치있는 이름을 붙였다.
정명국은 실제 고물 자동차에다 종이를 대고 연필로 긁어서 본을 떴다. 박용남은 분홍 대리석으로 마주 보는 2개의 돼지족발을 만들고 ‘박수’ 라는 제목을 붙여서 웃음을 자아낸다. 궤짝에 담긴 사과를 궤짝 모양 캔버스에 그려서 더욱 실물처럼 보이는 윤병락의 극사실 그림, 건물 외관을 시멘트로 떠서 도시 공간을 연출한 김상균의 설치, 종이에 못이나 수박 씨를 뿌려놓고 그대로 베껴낸 박미현의 심심한 그림,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이광호의 인물 초상화…
보는 사람들은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작업을 하는 걸까. 뒤집힌 캔버스처럼 보이는 그림을 내놓은 류용문은 “눈속임이 일으키는 착각이 재미있지 않냐?”고 말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실내를 찍고 창 밖의 가짜 풍경 사진을 합성한 김기남은 “현실보다 더 현실로 보이게 해서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가 아닐까” 하고 묻는다. 30일까지. (02)736-4371 /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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