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조짐이 뚜렷해진 가운데 생활물가까지 들썩여 서민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올해 5% 성장률 달성을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내세우며 숫자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다.
올들어 6월까지 개인파산 신청자가 4만 9,5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배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위기의 서민경제를 잘 대변한다. 서민경제의 위기는 경기부진에 1차적 원인이 있다.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0.8% 증가에 그쳐 5분기 만에 가장 낮았고, 경기동향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건설경기 투자가 3.9%나 줄어 결정적으로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건설업은 고용기여도가 제조업보다 2.5배 높은 대표적 서민 일자리 산업이다. 특히 성장이 수출 중심으로 이뤄지고, 내수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표 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영세 자영업의 불황은 외환위기를 방불케 한다.
소득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지출은 서민의 궁핍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유가의 급격한 인상이 대표적 사례다. 원유가격 상승에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이 겹쳐 3년 전 리터당 700원 수준이던 경유값이 요즘은 1,300원을 넘어섰다.
경유 사용자의 30~40%인 트럭 등 영세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반기에 철도, 시외버스, 고속버스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니 물가는 더욱 더 서민의 어깨를 짓누를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성장률만 가지고 숫자놀음을 할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생활밀착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경기의 급속한 하강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용효과가 큰 건설경기는 부동산대책과 관계없이 별도 대응이 필요하다. 말만 요란하고 실적은 없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목을 조르는 사교육비에 대한 경감대책도 서민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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