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괴물’(제작비 110억원)이 연일 충무로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포효하고 있다. 1,000만 관객 동원은 물론, ‘왕의 남자’(1,230만명)가 갖고 있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44만9,996명이 관람해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바꾼 ‘괴물’은 29일 하루에만 전국서 79만2,762명을 불러 모아 ‘태극기 휘날리며’가 세운 기존 기록(59만명)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야제 형식으로 26일 오후 일부 극장에서 미리 관람한 관객까지 포함해 29일까지 ‘괴물’과 조우한 관객은 무려 188만 1,670명. 일요일도 되기 전에 개봉 첫 주 최다 관객 기록(‘태풍’ 180만명)을 깨뜨린 것이다.
개봉 이틀째인 28일에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치고 역대 최단 기간 100만 관객 돌파(108만7,942명) 기록도 수립했다. 배급사인 쇼박스는 30일에도 80만 명 내외의 관객이 찾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추산대로라면 최단 기간 200만 관객 달성 기록을 작성하게 되며 31일 밤 또는 8월 1일 오전 3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괴물’이 극장가를 달구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네티즌의 평이 줄을 잇고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더러 있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또 보고 싶다”는 호평이 대세다. 한강에 사는 돌연변이 괴물에게 딸을 빼앗긴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 ‘괴물’은 개봉 전부터 영화 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살인의 추억’으로 작품성과 상업성의 양립 가능성을 보여준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변희봉 등 검증된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이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외신보도도 흥행돌풍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충무로는 ‘괴물’이 700만 관객은 너끈히 불러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방류한 독극물로 괴물이 생겼다는 설정 등 반미 메시지로 오인될 수 있는 요소가 1,000만 관객 동원에 걸림돌이 될 것이며, 감성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극 전개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인은 “아픈 역사를 되짚은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눈물에 호소했고, ‘왕의 남자’는 사극이라는 장점이 있었다”며 “‘괴물’이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불러 낼 수 있느냐가 장기흥행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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