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을 검사 후 휴지로 두 번 닦고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는 의원, 내시경을 물 세척만 해 3명의 환자를 진료한 뒤 전용 세척기를 사용하는 종합병원….
MBC ‘PD수첩’이 8월 1일부터 2주에 걸쳐 국내 병ㆍ의원의 허술한 감염관리 실태를 고발하는 ‘병원의 위험한 비밀’을 방송한다.
앞서 PD수첩은 5월 일부 치과에서 치료기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는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1995년 제정한 내시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내시경은 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 등 5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서울의 병의원 10곳을 무작위로 골라 확인한 결과,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했다. 내시경은 주방용 중성세제로 물 세척만 한 뒤 사용하거나 조직 검사 후 조직 채취에 쓰인 생검겸자를 알코올 솜 한 장으로만 닦고 마는 병원도 있었다.
또 각각의 방법들의 소독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 결과,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경우 내시경에 다량의 균이 죽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내에서는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신고된 적이 없으며, 일부 의사들은 “내시경은 손 세척만으로 충분한 소독 효과가 있다”거나 “내시경이 젖어있으면 오히려 진료 시 윤활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시경뿐 아니라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의료기구 소독법이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감염관리실 설치가 의무화 한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과 달리, 중소 병ㆍ의원에 대해서는 감염예방 관리ㆍ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제작진은 “앞서 방송한 치과의 위생실태도 재점검 했지만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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