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실화로부터 출발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미셸 박사는 네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갖고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어린 꼬마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캔디를 하나씩 나눠주고 15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실험 결과 아이들 중 3분의 1은 15분을 참지 못한 채 마시멜로를 먹어치웠고, 3분의 2는 끝까지 참고 기다림으로써 상을 받았다.
● 내일의 마시멜로 기약없는 한국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로부터 14년 후에 밝혀졌는데, 당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은 자신을 제어할 줄 아는 정신력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청년들로 성장한 반면,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아이들은 그 반대가 되었다.
책에서는 전 세계 자원의 39%를 갖고 있으면서도 9%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남미 국가들을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운 아이들로 비유하고, 한국과 싱가폴을 또 하나의 마시멜로를 상으로 받기 위해 인내하는 자제력 있는 아이들처럼 칭찬하고 있다.
그렇다.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는 분명 또 하나의 마시멜로인 '산업화'를 얻기 위해 '민주화'라는 마시멜로를 유보하고 인내하면서 마침내 두 개의 마시멜로를 모두 얻은 모범적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참여정부에서 국가적 리더십과 국민적 응집력은 보이지 않고, 정치ㆍ경제ㆍ사회 곳곳에서 마시멜로 뜯어먹기 싸움만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 산을 이룬다.
우선 대통령 지지율이 70%대에서 10%대로 추락한 이유를 찾아 겸허하게 성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50%가 넘는 비판적 지지자들이 왜 대통령을 떠났는지를 생각해야 국가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부적격자 장관 발탁과 몰상식하고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 등을 위시한 인사 시스템의 붕괴, 공격적 발언으로 인한 불필요한 외교 마찰과 안보 불안, 역주행하는 시장개혁정책, 폭넓은 인재 등용을 거부하는 코드인사와 국론분열적 오기정치 등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내일의 마시멜로는 없다.
아울러 시장에서 자본과 노동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재벌들과 노조 역시 눈에 보이는 마시멜로만을 먹어치우는 우를 지속적으로 범하고 있어 걱정이다. 재벌들이 위험이 수반된 경쟁이 싫어서 공정한 투자와 능력 검증을 기피하고 손쉽게 비리와 편법으로 기업 확장과 경영권 상속만을 획책한다면, 이 또한 썩은 마시멜로만을 양산해서 결국 우리 시장을 오염시켜 공멸케 하는 것이다.
연례행사로 파업을 일삼는 대기업 귀족노조들도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우리에게 내일 따위는 없다고 자해하는 기업파괴꾼들과 다름없다. 더욱이 이들은 비리와 파업이라는 나라 망치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일벌백계의 단호한 사법적 조처가 없다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광고라는 미끼로 연계되어 있는 언론들과 기업들의 또 하나의 비정상적 공생관계가 왜곡된 국민정서를 유도하고, 전관예우라는 뻔뻔스러움이 사법부를 지배하는 현실 때문에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선진국의 필수요건인 '법치'라는 가장 중요한 마시멜로는 우리에게 기약 없는 신기루로 남아있다.
● 인내로 성장잠재력 키우자
더욱이 개방경제시대에 자유무역협정(FTA)이 더욱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준비 부족으로 이를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는 왜 우리가 지금 마시멜로를 먹어치우면 절대로 안 되는지를 곰곰이 성찰하고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울 것인가 아니면 4만달러 이상이 될 때까지 인내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키울 것인가에 달려있다.
권영준ㆍ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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