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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판·검사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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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판·검사 '엑소더스'

입력
2006.07.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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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유능한 판사와 검사들의 대학 행(行)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2년 간 학계로 이직한 법조인들은 줄잡아 20여명.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의 실무 법조인 충원으로 이들의 엑소더스는 지속될 전망이다.

엘리트 법조인들이 학계로 진출하는 것에 법조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그 동안 현직을 떠나는 검사와 판사들이 안착하는 곳은 대부분 변호사계였다.

# 로스쿨 수요로 최근 급증… "업무공백 우려"

현직 보다 높은 보수가 보장되고 조직 생활의 업무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이직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직보다 보수가 적은 강단을 찾아서 엘리트 판사와 검사들이 법복을 벗는 현상은 이전의 세대들이 겪지 못한 새로운 문화 충격이다. 강단 교수들과 비교해 ‘고시 합격’의 우월감에 젖었던 고시파들의 자존심도 무너지고 있다.

누가 나가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권영준 판사와 서울중앙지법 허성욱 판사가 8월 1일자로 법원을 사직, 9월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된다. 서울고법 민사25부 이연갑 판사(사시 34회)도 2학기부터 연세대 법대 교수로 강단에 선다. 권 판사는 사시 35회 수석합격자로 법원행정처에서 사법외교 실무를 맡는 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허 판사는 사시 39회로 최근 만화 ‘태왕사신기’ 저작권 소송을 맡아 전국 법원에 모범사례로 소개된 구술변론 시범재판을 실시했다. 서울대 법대에는 법무법인 율촌의 김화진 미국 변호사도 합류키로 해 법조인 출신이 양창수 윤진수 송상현 정종섭 박정훈 교수 등 약 10명에 이른다.

법 이론 분야에서 판사가 선호된다면 실무쪽에선 검사들이 대학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지난 해 2월과 8월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백승민 검사(사시29회)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를 거친 ‘특수통’ 노명선 검사(사시28회)를 각각 교수로 채용했다. 올해 경희대로 옮긴 대검 기획과장을 거친 정진섭 검사(사시21회) 등 최근에만 검사 6명 가량이 학계로 자리를 옮겼다. 헌재에선 지난 해 3월 한양대 교수로 간 정호경 연구관(사시39회)을 시작으로 해 5명의 연구관이 대학으로 이동했다.

헌재는 1988년 문을 연 이후 지난 해까지 연구관 38명 중 11명이 이직했고 이 가운데 8명이 대학으로 빠져나갔다.

왜 나가나 무엇보다 대학에서 로스쿨에 대비하기 위해 법조 실무경험자에 수요가 높아졌다. 도입 시기가 2009년 3월 이후로 연기된 로스쿨은 교수 1명에 학생 12명으로 하되 교수진에 실무 경험자를 20% 확보토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변호사가 아닌 능력을 인정 받은 현직 판ㆍ검사들이 학계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이들 대부분이 요직을 거친 엘리트들로 향후 검사장이나 법원장을 바라볼 있다.

또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되면 짧은 기간에 많은 부를 움켜쥘 수도 있다. 이에 대해 30대 현직 판사는 “소장파 법조인들은 개인 적성과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이는 자유로움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유로움이 보장되는 교수직이 업무가 고되지만 명예와 부가 보장되는 법조인보다 낫다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은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해온 소장 검ㆍ판사들의 이탈로 인한 업무 공백이나 조직 불안정 등을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측은 “학계와 법조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 업무부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헌재측도 “헌법 실무 연구관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은 헌법 연구에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더구나 사법연수원의 고득점자들도 적성 등을 이유로 현직 임관보다는 로펌을 선호하고 있어 검찰과 법원은 이래저래 인재 확보 문제를 고심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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