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입장에서 조세정책의 기본은 형평성이다. 모든 사람의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소득에 따라 공평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 조세 행정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유리지갑처럼 소득이 드러나는 근로소득자와 소득 파악률이 50~60%에 그치는 자영업자 간 세부담 불평등이 심각하다. 특히 기업형 자영업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구조적 탈세는 사회 정의를 해치고 세정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그제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세원투명성 제고 방안'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을 철저히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를 통해 의사들의 소득을 노출시키고, 고소득 전문직은 복식부기를 의무화하는 한편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는 모든 사업상 거래를 사업용 계좌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 등은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탈루 혐의자에 대해 금융기관 본점을 통해 일괄적으로 계좌를 조회하고, 악의적 탈세자에 최고 70%의 징벌적 가산세를 물리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책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이 아니라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 발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이번 대책이 모두 실효를 거둔다 해도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2015년이 돼야 80% 수준에 오른다. 그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새로운 대책들이 얼마나 획기적으로 조세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의 건별 수임금액을 지방변호사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은 변호사법 개정 사안이어서 변호사업계의 저항이 예상된다. 전문직 이익단체들의 반발로 최종 입법과정에서 더 후퇴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불평등은 세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운영에서도 심각한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과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고, 안이하게 추진해서도 안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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