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각국 압력 어느때보다 강해
북한이 28일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톨이 신세를 자초했다. 그들은 남북 외교장관 회담도, 북핵 관련 6자회담 참여국과의 회동도, 10자 회동도 모두 거부했다.
북한의 입장은 백남순 외무상의 발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백 외무상은 이날 ARF 연설에서 “ARF에서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 (ARF에) 계속 남아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27일에는 미국 주도 8자회동 추진 움직임에 대해 “그 사람들끼리 잘하라고 해”라고 쏘아붙였다. ARF에서 북한을 옥죄는 압박을 의식, 모든 대화의 자리를 피한 것이다.
북한이 2000년 7월 ARF에 가입할 때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180도 달랐다. 북한은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고무돼 대외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일단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아세안 국가들이 주축이 된 ARF에 가입했다. 당시 백 외무상은 “적대적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엔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 애초부터 미국과 일본 등은 ARF에서 북한을 몰아세우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였고, 북한에 가장 우호적인 중국도 압박 카드를 감추지 않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ARF를 비교적 중립적인 공간으로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압력 공간으로 활용되니까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겠다며 다자 회동을 거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논점은 다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돌아왔다. 백 외무상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발사 이후 계속해서 요구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 해제가 대화의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금융제재 카드를 쉽게 포기할 리 만무하다. 미 국무부도 “대북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라며 반박했다. 따라서 미사일 사태는 이번 ARF에서 확인된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한 동안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