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직원인 김모(36)씨는 7월 월급을 절반만 받았다. 현대차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한달 동안 조업이 중단됐던 여파 때문이다. 평소 월급으로도 빠듯한 살림인데 이마저 받지 못해 가계 형편은 더욱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파업 기간 협력 업체 직원들은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게 되자 잔업 특근을 할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정비나 청소로 시간을 보내게 하다 할 수 없이 조기 집단 휴가를 실시한 기업들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사장 몇몇은 월급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담보 부족으로 문전 박대를 당했다. 사채를 쓰려 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협력 업체 직원들에게서 “같은 노동자인데 누구는 파업하며 대우받고 누구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느냐”는 푸념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다 못한 경북도가 나서 추석 자금 성수기에 지원하려고 책정해 둔 중소기업운전자금 중50억원을 돌려 이들 업체에 지원키로 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협력업체의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현대차가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메우기 위해 납품 단가를 인하하려다 여론의 비난을 받고 물러섰던 기억 때문이다. 현대차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골병이 들었던 1차 업체로부터 이미 단가 인하 통보를 받은 2, 3차 협력 업체들은 이미 초긴장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31일부터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그 휴갓길에 ‘돈폭탄’ 터졌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노조원들이 한달간의 파업 뒤에 각종 성과급과 격려금을 챙겨 떠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휴가를 떠나는 길에 현대차 노사가 파업의 후폭풍에 시달리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긴 한숨을 한번쯤 헤아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광진 사회부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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