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들의 외교사/김봉중 지음/ 푸른역사 발행ㆍ1만8,000원
레바논 민간인 수백 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빼앗겼지만 이스라엘은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가 한 목소리로 공격을 멈추라 하지만 꿈쩍도 않는다. 이 참에 레바논 내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를 확실히 손 보겠다고 마음 먹은 미국이 든든히 뒤를 봐주고 있어서다. 이란 핵, 북한 미사일,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어떤 외교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 정세가 풀리느냐 마느냐가 정해진다.
‘카우보이들의 외교사’는 미국의 외교라는 것이 언뜻 보면 치밀한 계획에 따라 그려낸 정밀화 같지만 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즉흥적으로 그려 낸 스케치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 화가는 물론 미 합중국 대통령이다. 흔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는 독불장군 마냥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는‘카우보이’에 빗대곤 하는데, 이 역시 2001년 9.11 테러를 겪고 난 뒤의 일이라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들이 그려 낸 외교를 ‘고립주의형 혹은 중립주의형 ’, ‘이상주의형 혹은 도덕주의형’, ‘카우보이형’등 세 가지로 정리했지만 스스로 미국의 외교를 ‘반전의 외교’라 부를 정도로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멀리 내다 보는 안목도 없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외교 전략을 짜는 미국을 두고 ‘거대 제국’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토를 단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국민 여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 역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얼마 전 ‘부시, 카우보이 외교를 그만 두는가’라는 기사를 실어 부시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있어 예전보다 조용하고 다른 나라를 좀 더 신경 쓴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고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에서 이겼다고 큰 소리쳤을 때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국민들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전쟁 탓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텍사스 카우보이도 이처럼 등 돌린 민심이 올해 중간 선거에서 표심으로 분출될까 봐 겁이 난 걸까.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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