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 도살하면서까지 개고기를 먹지 않으면 더위를 이길 수 없나요?”
영화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으로 유명한 임순례(45ㆍ여) 감독은 주위에서 ‘개 사랑 전도사’로 불린다. 선후배, 동료 등 만나는 사람들마다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물론, 지난 해부터는 아예 ‘동물과 함께하는 시민의 모임(KARA)’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명예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복(30일)을 앞두고 임 감독이 더 바빠진 이유다.
임 감독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름에 무턱대고 개고기를 찾는 것은 인간들의 잔혹한 사치”라고 단언했다. 인간과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을 단순한 음식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과거에는 워낙 먹거리가 귀하다 보니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고기를 먹었던 것”이라며 “각종 음식이 넘쳐 나는 지금은 굳이 그런 습관을 이어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 감독은 유기견(길거리에 버려진 개) 관리체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구조된 유기견은 보호소에서 한 달 동안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은 길 잃은 개를 구조해 보호소로 보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개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람들은 원래 식용으로 기르는 개뿐만 아니라 심지어 애완견까지 잡아들여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유별난 개 사랑은 2년 전 동네에서 떠돌아다니던 시추 1마리를 유기견 보호소에 맡기면서부터다. 수많은 개들이 좁은 철창 안에서 애처롭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짬이 날 때면 이 곳을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임 감독은 “갇힌 개들을 보는 순간 어렸을 적 동네 어귀에서 어른들이 몽둥이로 개를 잡던 장면이 겹치면서 소스라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때부터 유기견 3마리를 입양해 키웠다.
임 감독은 무엇보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대한 반성을 주문했다. 그는 “개 식용을 반대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는 고귀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개와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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