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스트레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스트레스

입력
2006.07.28 23:54
0 0

스코틀랜드의 선교사로 1830년대 아프리카를 탐험했던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어느 날 사자의 습격을 받는 엄청난 공포를 체험한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던 그는 큰 고함소리를 듣고 돌아보는 순간 자신에게 뛰어오른 사자에게 어깨를 물리고 사자와 뒤엉켜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사자가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흔들어대는 소리를 귀로 똑똑히 들어야 했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망연자실해졌지만 그 순간은 아무런 통증도 공포감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을 물고 흔드는 사자를 직면하는 상태에서 오히려 두려움이 가셨다는 것이다.

■ 리빙스턴은 나중에 이 일을 적으면서 "일종의 꿈과 같았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그것은 국소 마취된 환자가 자신의 수술장면을 보면서도 칼의 아픔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를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모든 동물에게 아마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으로 추정하면서 "죽음의 고통을 줄이려는 조물주의 자비로운 장치일 것"이라고 썼다.

무서운 공포와 통증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무통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면 분명 신비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경험은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일화에 불과하다. 이는 극한의 스트레스가 통증에 대한 신체의 내성(耐性)을 증가시키는 뇌의 현상이라고 과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 우리가 자주 겪는 것은 뇌가 잘 대비한 것 같은 상태에서 반응하는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다. 생각과 걱정이 만들어내는 불안감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사고와 정서에 서로 영향을 미치고 그 반응이나 효과는 반드시 신체의 변화로 나타난다. 가령 불안할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경험은 흔한 경우다. 치타가 먹이감으로 사슴을 쫓아갈 때 치타도 사슴도 스트레스에 의해 추적하고 도주한다. 스트레스는 생존의 기제이기도 하지만 그 반응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게 정설이다.

■ 그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얼마나 통제하고 예견할 수 있는가의 능력이라고 한다. 거대한 조직의 관리자가 별 책임이 없는 부하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그는 조직에 대해 갖고 있는 통제력으로 스트레스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하는 통제력 부재로 인해 위궤양 두통 고혈압 등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다 재ㆍ보선 전패 등 통제 밖의 상황으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의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을까. 내주부터 휴가에 들어간다는데 특별히 스트레스 관리를 받아봄 직도 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