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인터뷰] 돌아온 탄핵 주역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인터뷰] 돌아온 탄핵 주역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

입력
2006.07.28 23:57
0 0

_17대 총선 낙선 후 2년 3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평범한 시민의 생활이라고 할까. 정계은퇴라고는 하지 않았고, 당적도 그냥 갖고 있었지만 정치인생을 이것으로 마감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도 여기서 마감해도 그 정도 면 하고 싶은 것 다한 것이라고 했다. 재기의 기회는 하늘이 주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대범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다.”

_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 돌아왔다고들 한다.

“탄핵이 왕조시대 대역죄를 저지른 것처럼 비쳐져선 안 된다. 탄핵 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인 홍사덕 전 의원이 탄핵주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보선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납득할 수 없다. 탄핵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한 제도다. 탄핵제도는 결국 성공했다. 대법원장은 두 번이나 국회에서 탄핵 받았고, 검찰총장은 세 번이나 야당에게 당했다. 대통령에 대해선 50년간 한번도 없었을 뿐이다.”

_탄핵이 정당했다고 아직도 확신하나.

“물론이다. 그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형사사건에 비유한다면 피의자의 유죄는 인정하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는 대통령의 선거개입 발언에 문제가 있지만, 탄핵을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를 밝혔다. 당시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헌재의 소수의견도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_그래도 탄핵 전부터 반대여론이 더 많지 않았나.

“당시 70대 30으로 반대가 많았는데 30에 해당하는 국민의 의견도 대변해야 한다. 그때 노 대통령이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에 도움된다’는 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는데, 별의별 부정선거를 다 했던 과거 자유당 때도 대통령이 나서서 그런 적은 없다. 민주당으로선 생존의 문제였다.

우리는 의지를 밝혀야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가세해 탄핵이 관철된 것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유망한 당의 동지들이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휘말려서 낙선했다는 점이다.”

_앞으로 당과 국회에서 뭘 하고 싶나.

“내가 당선돼 민주당이 적어도 심리적으론 활기를 띄게 됐다. 17대 총선 참패 후 줄곧 시달려오던 합당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이 안정되면 안정되는 대로, 위태로우면 위태로운 대로 민주당이 우리당에 흡수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민주당은 야당성을 보여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대 민주화 투쟁할 때처럼 길거리에서 시위하고 최루탄 맞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의 실정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 작지만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

_우리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뜻인가.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깨고 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도덕적으로 볼 때 최소한의 정치도의를 어긴 행위다. 동서고금에 집권당이 그런 행동을 한 사례 없다. 국민은 노 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서 지지한 것인데 탈당해 집권당을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인가.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청소년 교육에도 해가 된다. 이렇게 말 하면 ‘저 사람은 맨 날 도덕만 따지는구나’ 하겠지만 나는 (통합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당에서 국민 경선이다 뭐다 해서 대통령에 당선시켜 놓았더니 당을 깬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후에 국정운영 잘했다면 또 모르지만, 국민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지 않았느냐.”

_현 정치구도 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반(反) 한나라당 연합이 필요한 것 아닌가.

“원내 의석이 12석에 불과한 민주당 당세로 볼 때 대선국면에선 연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독자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역할은 해야 한다. 하지만 정계개편은 총선에서 국민이 해주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정계 개편과 개헌이 거론되고,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것은 정치후진국 행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의가 그렇다면 개편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예컨대 노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 정체성 없어지는데 한미동맹이나 국가안보, 국가 생존력, 역사관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정파간에 합의가 이뤄지고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철학과 노선 문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말했듯이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 득세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는 곤란하다. 확실한 가치관을 갖고 정계개편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

_노 대통령이 우리당을 탈당해야 통합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러면 민누당과 우리당 통합 등 정계개편 논의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탈당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 앞으로의 국정을 위해서도 그렇고, 정계개편 등 정국을 위해서도 그렇다. 노 대통령의 개혁, 여당의 정치실험은 이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랬으면 노 대통령이 당을 떠나 우리당 젊은 의원들의 앞 길을 열어줘야 한다. 대통령 본인은 1년 반 후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 있는 여생을 보내겠지만,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들을 잡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탈당 결단을 내려야 한다.”

_하지만 노 대통령도 민주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데.

“통합은 둘째 문제다. 우리당을 떠나 심기일전해 초당적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여야 원로 지도자들을 모아 놓고 국정쇄신을 약속하면 협조 안 할 사람이 어디 있나.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접전을 벌이다 당선되면 한 동안 성인(聖人)이 된다. 더 바랄 게 없으니 온갖 착한 일을 다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게 초심이다. 대통령이 그걸 되찾으면 나도 돕겠다.”

_고건 전 총리가 반 한나라당 진영의 간판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누구는 거품이 끼었다고 하지만 성품이나 경력, 자질 등을 봐도 그렇고, 여론 조사상 1년 이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 분에 대한 지지는 실체가 있다. 노 대통령과 비교할 때 안정감을 주고,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도 무난히 해냈다. 다만,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냐가 아직 불분명하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총리를 지냈는데 이 정권을 어떻게 보는지 밝혀야 한다. 그를 대선후보로 옹립할 경우 그것이 정권교체인지, 노무현 정권을 승계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국정이 실패하고, 외교 안보도 위기를 맞고 있는데 자신의 견해를 말해야 한다. 정치적 득실을 계산할 수도 있겠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기대를 받는다면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비전을 보여야 한다.”

_본인이 직접 뛸 의향은 없나.

“생각해 본적 없다. 나라의 국가운명 책임질 역량이나 자질이 있는지가 우선 의문이다. 의정활동하면서 괜찮은 국회의원이었다는 평가는 후세에 받을지 모르지만. 아내도 ‘좋은 국회의원이 대통령 보다 낫다’고 했다. 좋은 대통령은 아직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가 된 뒤 받아야 할 혹독한 검증을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_그러면 당권에 관심이 있나.

“3, 4개월밖에 못해보긴 했지만 대표를 한번 해봤다. 당권엔 전혀 관심 없다. 나이도 그렇고. 당 일각에 한화갑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까지 민주당을 끌고 온 한 대표의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이 얼마나 집요하게 민주당에 대한 와해 공작을 했느냐. 민주당이 없으면 우리당은 지금 아주 편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작은 당에서 주류, 비주류도 우스운 얘기다.

국민이 보면 소꿉 장난하느냐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도 그래서 욕을 먹지 않았느냐. 한 대표가 불법 경선자금 수수혐의로 의원직 상실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국회 들어가면 따져볼 작정이다. 형평에 안 맞는다. 경선에서 대선후보가 된 사람은 제쳐두고 도중 하차한 사람의 경선자금만 뒤지는, 이런 불공평이 어디 있나.”

_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반대한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하는 건 안 된다. 5년 대통령 단임제가 조기 레임덕 등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알고있다. 그러나 이 헌법은 1987년 민주화를 이루고 독재 막은 결과였고, 그때 나도 헌법개정에 참여했다. 크게 봐서 그 이후 우리나라는 발전해왔다. 개헌을 하더라도 한 30년 후에 길게는 50년 후, 우리세대가 다 퇴장한 뒤 자손들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_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여러 의혹을 사고 있는데.

“임명 자체가 민심을 거역하는 것이었다. 논문표절이나 논문 이중 보고 시비에 휘말린 것은 교육부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라는 증거다. 그 사람을 꼭 쓰고 싶다면 차라리 총리를 시켜라. 교수들이 논문을 부풀리고 표절하는 게 얼마나 많나. 그것을 바로잡아야 할 교육부총 리가 그런 문제에 연루돼 있으니 어떻게 교육행정을 펴나가겠나.”

정리=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신상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