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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서울 문화적 품격 더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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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서울 문화적 품격 더 갖춰야

입력
2006.07.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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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들어 장대비가 잦아지면서 북한산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멀리 지나치면서 그 산을 바라보곤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의 산은 뿌연 비안개에 휩싸여 신비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비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 계신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죄송스럽기 그지없는 상상이긴 하지만, 비가 내리는 산은 마치 신령한 동물 같다.

● 국제도시로서의 매력

강원도 산골 출신이어서인지 나는 산을 좋아한다. 당연히 저 웅혼한 북한산을 끼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생활을 위해 처음으로 서울살이를 시작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은 공기 나쁘고, 시끄럽고, 수돗물에서 냄새 나는 흉한 도시였다.

온통 공사를 하는 탓에 한강을 건너다니기도 쉽지 않았고, 내 나이가 젊어서였는지 가까운 관악산도 잘 다가오지 않았다. 서울은 늘 어수선하고 살풍경한 대도시일 뿐이었다.

그러던 내게 서울의 매혹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외국생활을 하면서였다. 산이 없어 풍경은 밋밋하기 그지없고, 강이라고 해야 구정물이 흐르는 개천에 불과한 파리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나는 내 안에 뭔가가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떠오른 것이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앞으로는 한강이 흘러가는 서울의 모습이었다. 외국의 많은 도시를 돌아다녀보았지만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룬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를 만난 적이 별로 없다.

서울에는 우선 조선 육백년의 도읍답게 아름다운 옛것이 많이 남아 있다. 또 이 옛것들은 천만이 살고 있는 대도시의 첨단의 물질문명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누비는 깨끗하고 편리한 지하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체계, 세계인이 함께 살아가는 국제도시로서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러낸 경험까지, 서울은 정말 드물게 멋진 도시다.

물론 가까이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뉴욕이나 파리 못지않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잘 가꿔나갈 수 있는가에 달렸다.

● 문화적 품격 더 갖춰야

뉴욕이나 파리는 사실 그 국가와 상관없이 하나의 독립된 정부나 마찬가지다. 서울도 역시 그렇다. 세계 12권 경제대국의 수도이며, 동아시아 정치의 핵심적인 무대로서 이미 하나의 정부인 것이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뉴욕이나 파리처럼 과연 한 대륙을 대표하는 문화 수도로서의 품격을 가질 수 있는지의 여부다. 다행스럽게도 신임 서울시장은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품격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창조적 계급이 주도하는 창조적 지식 경제의 시대다. 창조라는 이 새로운 사조의 핵심에 문화가 있다. 슬럼화의 길을 걸었던 뉴욕이 다시 영광을 되찾은 것도 뉴욕만의 문화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뉴욕처럼 서울이 그렇게 문화 수도가 될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박철화 문학평론가ㆍ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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