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보리밭 너머 아스라이 펼쳐진 뫼, 명절맞이 떡방아 찧는 고향 집 마당.’
서울 마포경찰서 유치실 창살 안에 펼쳐진 풍경이다. 6개의 유치실 안쪽 벽(가로 5㎙, 세로 2㎙)엔 이밖에 연날리기 팽이치기 코스모스 목동 등 그리운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치장 벽화는 마포서 방범순찰대 홍준표(21ㆍ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일경이 아크릴 물감으로 이달 초부터 혼자 그렸다. 벽화 그리기는 한달 가까이 걸리는 대작업이었다.
홍 일경은 28일 “전공을 살릴 수 있어 기쁜데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유치인들이 차분히 감상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6개의 유치실 중 비는 방부터 차례로 그려 나갔다. 작품이 얼마나 정겨웠던지 한 유치인은 물감이 채 마르지도 않은 벽화 방으로 옮겨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이금형 마포서장은 “피의자 신분이 돼 유치장에 오게 되면 심리적 충격을 받게 마련”이라며 “밝은 분위기의 벽화를 그려 넣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유치장 자체사고도 사라질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좋다.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유치인의 소소한 요구나 불만도 줄었고, 쇠창살만 바라보며 근무하던 경찰관들도 만족해 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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