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2면> 박스 출판>
습관의 역사/피터 콜릿 지음ㆍ이윤식 옮김/추수밭 발행ㆍ1만5,000원
그리스 배낭여행을 하다가 지나가는 차을 얻어 타기 위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면? 당신은 아마 차를 단 한대도 잡지 못할지 모른다. 아니,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리스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은 음란한 조롱 또는 ‘입 닥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비교문화 연구 전문가가 유럽 각국 국민들의 몸짓, 사회적 관습, 습관, 언어 특징 등을 분석해 쓴 ‘습관의 역사’는 타문화를 이해하는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저자는 각 나라별로 어떻게 웃는지, 인사하는지, 욕 하는지 등을 열거하며 나라별 동일점과 차이점을 분석한다. 또 저자는 그렇게 된 원인을 고대 그리스,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 배경을 유추해 제시한다.
예를 들면 영국인은 왜 항상 ‘굳게 다문 입술’로 경직된 인상일까. 저자는 그것을 16세기 영국인들이 치아 관리를 경시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1598년 독일의 법률가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궁전을 방문했을 때 그가 여왕의 이가 너무 검다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 근거다. 또 프랑스 사람들이 향수를 개발한 이유도 프랑스인들이 원래 몸 냄새를 즐겼기 때문에 이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몸 씻는 것을 싫어하는 프랑스인들이 냄새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고 말이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이집트 원정을 마무리 하고 프랑스로 돌아가기 직전 나폴레옹이 조제핀에서 “씻지 마라. 곧 갈 테니까”라고 쓴 편지다.
이외에 영국인은 포옹할 때 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지, 프랑스인은 수다스럽고 영국인은 왜 과묵한지, 독일인은 왜 호칭과 직함을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좋아하는지, 애인 뿐 아니라 동성끼리의 신체 접촉이 많은 이탈리아인은 왜 부부끼리는 그렇지 않은지 등에 대해 자세하고도 역사적인 분석을 담았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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