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시비에 휩싸이면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준 신임 교육부총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오전 교육인적자원부 주변에서는 김 부총리 사퇴설이 한때 흘러나왔다. 오전 9시30분이 넘도록 등청하지 않은 채 모처에서 외부 인사와 만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측은 “오래 전 잡은 개인 조찬 약속으로 출근이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만나 거취 문제를 협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어제와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1단계 BK(두뇌한국) 21 사업’ 동일 논문 중복 보고 파문이 인 27일 직접 해명을 통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평가해달라”는 주문과 같은 맥락이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나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예정된 일정도 정상적으로 소화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인적자원연수원에서 열린 교육부 과장급 이상 간부 워크숍에도 참여해 인적자원개발 등 굵직굵직한 교육정책에 대한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계 주변에서는 그의 사의 표명이 임박한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교육부 핵심 사업에 같은 논문을 2가지 실적으로 보고한 데 이어 BK21 사업 전에 쓴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내 도덕성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등돌린 여론을 되돌릴 묘책이 없다.
김 부총리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지인들에게 “가족이 (논문 때문에)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거나 “교수가 너무 멀리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김 부총리가 2002년 교육부에 BK21 사업 연구실적으로 제출한 2편의 동일논문에 대한 평가 결과가 폐기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 실적 평가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맡고 있지만 관련 서류가 모두 폐기돼 2편의 논문 점수가 얼마나 되는지, 또 결과에 따라 어떤 행정 조치가 내려졌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료 관리 허술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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