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클락/레셀 포스터, 레온 크라이츠먼 공저ㆍ김한영 옮김/황금부엉이ㆍ1만6,500원
“우리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중략) 하루에 두 시간만 잠을 자는 세계가 올 것이다. 자연과의 투쟁에서 또 하나의 위대한 정복으로 기록되는…(중략) 태양을 멈추는 것과 마찬가지인…(중략) 그럼으로써 우리의 행동을 천체의 리듬에서 해방시킬지 모른다.”
현대 과학과 의학에서 중요 관심사로 떠오른 ‘바이오클락’, 즉 생체시계 연구에 대한 예견이다. 인간 삶의 지평을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자유의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섬뜩한 뜻도 담겨있다.
이미 이러한 해방 혹은 속박으로의 작업은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24/7 형 인간’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7일(1주일) 내내 생활할 수 있는 인간을 뜻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이 주어지는, 누구나 꿈꾸는 ‘삶의 연장’이다. 그런데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미국 국방부이고, 그 목적은 잠자지 않고 계속 임무를 완수하는 군인을 만드는 것이다. 명령 수행을 위한 인간 바이오클락의 개조인 것이다.
책은 바이오클락 연구의 역사와 과정, 현재까지의 성과를 두루 담은 개론서 형식을 띤다. 분자생물학, 정신의학, 생태학, 사회학 등 관련 학문을 두루 차용하면서 다각도로 바이오클락에 접근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비교적 담담하게 논리를 전개하면서 틈틈이 바이오클락 연구의 미래와 문제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경고한다. 바이오클락 연구도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원자력의 양면성과 비슷한 명암을 운명적으로 갖고 있다고. ‘유크로니아’(Uchroniaㆍ理想時)의 세계를 여느냐, ‘디스크로니아’(Dyschroniaㆍ反理想時)의 수렁에 빠지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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