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몸서리 치게 만드는 해골이 어느 새 옷과 장신구로 모습을 바꿔 여기저기 사람들 몸에 달라붙어 있다.
뉴욕 타임스는 죽음의 상징 해골이 티셔츠에서 가사 용품까지 곳곳에서 소재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27일 소개했다.
몇 년 전 의류 브랜드 ‘로그 갤러리’(티셔츠)와 디자이너 루시엥 펠라 피네(캐시미어 스웨터)가 해골을 주제로 했을 때만해도 ‘튀는 시도’정도로만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옷과 신발은 물론 벨트와 넥타이, 심지어 우산, 수영복, 포장용 테이프, 파티 조명, 화장실 용품에까지 채택되고 있다.
전 세계적에서 작품 가격이 두 번째로 비싼 미술가로 알려진 데미안 허스트는 올 여름 백금으로 주조해 다이아몬드 8,000개를 박은 실물 크기의 해골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랄프 로렌은 지난해 전통 로고인 폴로 선수의 그림에 해골 마크를 넣은 티셔츠를 선보였고, 지방시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알렉산더 맥퀸은 코트와 셔츠, 바지 등 여러 제품에 해골을 넣었다. 뉴욕의 바니스 백화점에서 맥퀸의 210달러 짜리 해골무늬 실크 스카프는 매장에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해골 패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 타임스는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이를 상징하는 해골을 보고도 더 이상 ‘무섭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록 그룹이 해골을 상징물로 써 온데다 해골이 나오는 잔인한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가 쏟아져 나온 것도 해골을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늘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디자이너와 패션 기업들의 ‘헌팅’도 한몫 했다.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얼마 전 문을 연 파리 매장에서 실제 해골을 팔 계획까지 세웠다. 그는 “해골은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개척지 중 하나”라며 “당신을 그보다 더 ‘에지’(edgeㆍ세련되고 강렬하다는 뜻)하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벌써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피네는 “해골 이미지가 상업화 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어쩌면 월 마트가 노란색 스마일 로고를 해골로 바꾸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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