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대량 생산을 시도한 반도체 제조회사 전직 임원들과 현직 대학 교수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공조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건주)는 28일 영업비밀을 빼돌린 뒤 중국에서 복제품을 위탁 생산하려 한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I사 전 홍콩지사장 박모(42)씨 등 전직 임원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사외이사 곽모(56)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지난해 5월 회사가 경영난으로 상장폐지되는 등 위기에 빠지자 기술이사인 황모(48)ㆍ김모(45)씨에게 “I사의 모터제어 반도체 3종의 복제품을 중국 C사를 통해 한국보다 싼 비용으로 만들어 중국 시장에 팔자”는 은밀한 제안을 했다.
이들은 자체개발 기술로 위장하기 위해 현직 대학교수 곽씨도 끌어들였다. 곽씨는 황씨 등 2명을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대학 연구소에 계약직 조교수로 채용하고 매월 295만원의 월급까지 지급했다. 이들은 회사를 퇴사하면서 가지고 나온 회사기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소의 장비를 이용해 복제품 설계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산학협력을 위해 설립된 대학 연구소가 사실상 기술유출 사범들의 공모 장소로 쓰인 것이다.
이처럼 업무를 분담해 복제품 생산을 시도한 결과 지난해 9월 3개 모델 반도체 회로의 도면이 완성됐고, 올해 3월 위탁 생산을 맡을 중국 C사가 복제 반도체로 구성된 웨이퍼 12장을 만들기까지 했다. 다행히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가기 전 범행이 발각됐다. 적발이 안 됐다면 피해액이 2,35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회사측은 추정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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