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시비 소용돌이 속에서도 침묵하던 교수들이 28일 입을 열었다. 김 부총리를 향한 일성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결자해지’를 촉구한 셈이다.
국민대 교수 출신인 김 부총리에게 ‘동업자’ 이기도 한 교수들이 퇴진을 요구한 이유는 분명하다. 논문 표절 의혹과 BK(두뇌한국) 21사업 동일 논문 중복 보고 등으로 도덕성이 심각할 정도로 추락한 그가 더 이상 교육 수장직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책을 잘못 하면 준엄하게 꾸짖어 달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그의 ‘버티기’는 교육현장에 짐이 될 뿐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김 부총리 사퇴 성명을 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대표는 한술 더 떠 김 부총리의 논문 논란을 원점에서부터 검증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김 부총리가 상당기간 회원으로 있던 한국행정학회가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25일 김 부총리가 행정학회에 낸 제자 논문 표절 심의 신청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김 대표는 행정학회가 아닌 다른 학문기관에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단호했다.
이 기회에 교수들의 비뚤어진 논문 관련 ‘관행’을 제대로 짚어보자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자의 박사논문이 통과되기도전에 설문조사 결과를 사전 인용해 자기 논문인양 발표하는 행위가 과연 표절과 무관한 것인지 따지겠다는 의미다.
교수들은 김 부총리가 논문 중복 게재에 대해 보인 태도도 실망스럽다고 꼬집고 있다. K대 J교수는 “김 부총리가 ‘실수’니 하면서 사태를 비껴가려는 듯한 해명성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쓴 논문을 학교 단위의 작은 학술지에 멋대로 옮겨 싣는 행위는 명백한 교수 윤리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사립 D대 B교수는 “학계가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한 ‘표절’과 ‘중복 게재’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교육 부총리가 일을 내 힘이 빠진다”며 “교수의 양심인 논문은 늘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옳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 사퇴를 촉구한 전국교수노조는 그의 해명을 문제 삼았다. 수 억원 대의 연구비가 걸린 과제 논문을 제목까지 바꿔 보고한 것을 조교 등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넘겨버리는 태도는 교육 수장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교수노조 K사무총장은 “국가 학술 사업 보고에 자기 논문이 제목만 바뀌어 둘로 나간 걸 어떻게 실수라고 할 수 있느냐”며 김 부총리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학계에서는 김 부총리 중도 하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민교협의 한 교수는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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