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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의 '야성적 충동'이 실종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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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의 '야성적 충동'이 실종된 나라

입력
2006.07.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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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제주 경영인 포럼에서 기업들에게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적극적 투자를 당부했다. "1996년 이전까지는 기업이 무모할 정도로 투자에 열심이었고 위험을 감수했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위험을 회피하며 안전한 쪽으로만 가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인플레 억제 등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은 총재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경제와 기업을 다시 살펴 보게 하는 충고임에 틀림없다.

이 총재의 지적에 따르면 기업들의 위험회피 성향과 보수적 경영행태가 확산되면서 1990~97년 연평균 9.6%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작년까지 4.3%로 뚝 떨어졌다.

성장잠재력 확충의 키워드인 투자가 이렇게 급락하는 것은 심히 걱정스럽다. 돈이 없거나 조달할 창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욕을 잃은 게 더 큰 문제다. 그는 얼마 전 정치권 등에서 금리인상을 견제하는 발언이 쏟아지자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성장잠재력 후퇴야, 바보들아'라는 요지의 강연을 한 적도 있다.

한은총재가 바라보는 경제상황은 이렇게 절박한데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앞세운 정부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이 의욕을 갖게끔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등 립 서비스는 쏟아지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경제 전체를 바라보는 풍부한 상상력 없이, 경기부양이란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부동산 등 부분에만 집착하는 한심스런 태도다.

최근 대한상의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활력'을 조사해봤더니 대부분 맥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활력이 있다면 국내 규제와 고비용을 피해 해외로 달아나는 것이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윤리를 강화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5년 후, 10년 후 나라가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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