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되던 현대차 노사협상이 한 달만에 가까스로 타결됐다. 국가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파업 장기화의 기로에서 현실적 해법을 선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엄청난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치르고도 상생의 기틀이나 협상의 기본원칙을 확립하지 못한 채 또다시 '한 해살이식' 봉합으로 끝난 것은 결코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노의 막무가내와 사의 무사안일이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한 기업은 물론 나라의 미래도 없다.
현대차 노사가 퇴행적 조직생리를 반영하며 수없이 주판알을 튕겼겠지만 타결 내용은 돈으로 급한 불을 끈 것일 뿐이다. 자동차 산업의 비전에 대한 고심의 흔적을 찾기 힘든다.
기본급 인상분이 5%대라지만, 격려금ㆍ성과금 명목의 각종 지원액의 규모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급락하고 일본 도요타 등 경쟁업체 생산성의 60%에 불과한 처지에서 '망해가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전철을 밟아간 것은 아이러니다.
'보복파업' '소비파업' 등 해괴한 투쟁방식을 전개하며 귀족적 기득권을 더욱 강화한 노조로부터 성찰의 기색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훼손된 것 이상으로 문제다.
생산손실이 1조 3,000억원이라지만, 7,000억원에 이르는 협력업체 피해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미친 손실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산별노조와 복수노조 출현으로 노동환경이 한층 복잡해지고 대선 등 정치일정으로 국가리더십이 약화되는 내년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
1987년 이후 19년 동안 한 해를 빼고 매년 파업이 발생하도록 노사문제를 이끌어온 1차적 책임은 물론 회사에 있다. 한 공정이라도 잘못되면 생산이 올 스톱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영진의 도덕적 결함과 부실한 조직관리가 개선됐다면 불합리한 노동운동이 싹트기 힘든다. '눈앞의 떡'에 대한 미망(迷妄)을 버리는 것, 이것이 현대차 노사가 얻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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