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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프랑스 샹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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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프랑스 샹파뉴

입력
2006.07.2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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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4일은 프랑스 와인 역사의 큰 오점을 남긴 국치일로 기록될 것 같다. 프랑스의 보르도산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두고 맛을 평가하는 세기의 대결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캘리포니아산 와인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30년 전 같은 내용의 대결에서도 이미 패배를 맛본 프랑스는 이제 더 이상 와인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기 어렵게 됐다.

샴페인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프랑스 와인의 체면을 살리는 최후의 보루이다. 한 때 국내에서는 저급 복숭아술이 샴페인으로 둔갑, 판매된 사연이 있는 터라 샴페인과 와인을 동일시하는 것이 이상할 지 모르지만 샴페인은 엄연한 와인의 일종(기포가 생긴다고 해서 발포성 와인이라고 한다)이며, 그것도 고급 와인에 속하는 귀하신 몸이다. 샴페인의 성지(聖地) 프랑스 샹파뉴로의 여행은 샴페인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뒤집는 흥미로움의 연속이다.

샹파뉴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관을 지닌 파리시내를 벗어나 샹파뉴로 가는 들녘은 밀과 보리의 색채가 빚어내는 초록과 노랑의 향연이다. 시선이 머무는 곳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으로 채색돼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그렇게 1시간30분을 달려 샹파뉴에 드니 이번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청포도밭이 현란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아직은 알갱이 수준에 불과한 포도알이 주저리주저리 열린 포도밭의 넓이는 3만3,000㏊(9,900만평). 여의도의 110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샹파뉴 전체 면적이 3만5,000㏊이니, 이 지역에서 포도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농업도 관광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전북 고창의 30만평짜리 청보리밭에서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 새삼 안타깝기만 하다.

샹파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샴페인의 재료인 포도를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많은 샴페인 회사들이 샴페인 제조과정은 물론, 시음방법 등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팔고’있다.

샹파뉴에서 가장 큰 도시 랭스(Reims)에 본사를 둔 ‘GH 멈’도 이런 곳 중 하나이다. 멈은 세계 3대 샴페인 브랜드 중 하나로 프랑스인이 가장 즐겨 먹는 샴페인이다. 건물 외관은 200평 남짓한 2층짜리 건물 2개가 전부인 듯 하지만 건물 아래 지하 15m에 위치한 샴페인 저장창고는 길이만 25㎞에 달하는 초대형 미로동굴이다. 1853년부터 조성된 동굴이 완성되는데 70년의 세월이 걸렸다. 섭씨 10~11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이 창고에는 2,500만병의 샴페인이 미지의 주인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랭스 남쪽에 자리잡은 에페르네지역은 샹파뉴에서도 최고급 샴페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샴페인(1825년산)이 있는 페리에 쥬에와 샴페인을 처음 발명한 수도사 돔 페리뇽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모엣 샹동 등이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페리에 주에는 샴페인 1병 가격이 20만~25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샴페인이지만, 창업주인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와 부인 아델 주에와의 러브스토리로 더욱 유명하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됐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벨레포크(아름다운 시절)라는 이름의 샴페인에 담겨,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는 연인들의 식탁을 장식하고 있다. 어쩌면 와인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아름다운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픈 프랑스인의 마음이 벨레포크에 고스란히 녹아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랭스(프랑스)=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노트르담 대성당, 잔 다르크의 혼 서려…

샹파뉴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아름다운 풍광과 샴페인때문만은 아니다. 랭스를 중심으로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많은 성당과 박물관이 산재해있다. 이 중에서도 랭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걸작이다.

496년 크리스마스에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인 클로비스가 이 곳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때의 성당은 1210년 불에 타 사라졌고, 현재의 모습은 이듬해부터 15세기 말까지 300년에 가까운 공사를 거쳐 완성됐다. 대주교는 공사 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내면 1년 동안 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면죄부를 팔기도 했다.

1429년 7월 샤를 7세는 영국의 헨리 6세의 부대를 무찌른 뒤 이 곳에서 대관식을 가졌는데, 당시 대관식을 주도한 인물이 잔 다르크였다. 이를 계기로 1824년 샤를 10세까지 역대 왕들이 이 곳에서 대관식을 치르는 것이 관례가 됐다. 샤를 10세의 대관식에는 빅토르 위고도 참여했고, 당시 인근 생레미(클로비스에게 세례를 준 신부)수도원에 있던 몸이 불편한 종지기가 노트르담의 꼽추에 나오는 주인공 카지모도의 모델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건물외관은 조각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조각으로 치장되어 있고, 인물상만 2,000개가 넘는다. 입구인 서쪽 정문의 조각상들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프랑크 왕국 역대왕 56명의 조각을 새긴 왕들의 갤러리, 랭스의 미소라고 불리는 성요셉상, 12m의 장미무늬 창 등이 유명하다. 특히 왼쪽 입구에 있는 웃는 천사상은 랭스 대성당의 수많은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본당을 둘러싼 모든 유리창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채워져 있으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상당수가 이 곳의 작품을 보고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동쪽 정면에 자리잡은 스테인드 글라스는 1971년 마크 샤갈이 설계한 작품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제물로 바쳐진 이삭의 모습에서 샤갈 특유의 기법이 그대로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랭스(프랑스)=한창만기자

■ 여행수첩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가 코드쉐어(공동운항)형식으로 프랑스 파리까지 매일 2차례 뜬다. 12시간 가량 소요. 어느 항공편을 이

용해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파리에서 샹파뉴지역으로는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파리동역에서 샹파뉴의 중심지 랭스까지

120km가량으로 1시간30분이 걸린다. 시차는 프랑스가 8시간 느리다. 한국시각이 오후 4시라면 프랑스는 오전 8시이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여름에는 7시간 차이가 난다. 통화는 유로화. 1유로는 한화 1,200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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