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6 재보선에서 또 다시 참패한 열린우리당. 당락이 드러난 26일 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논평을 하려고 서울 영등포 당사에 나타났다. "우리의 노력이 국민의 마음을 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절감하고 있다"는 대목까진 좋았다.
그런데 뒷부분에서"주목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상당한 폭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이라며 "이것은 한나라당의 오만, 방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상호 대변인. 그는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대통령 탄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투표 행위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은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조 후보의 당선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견제 심리가 드러난 것이고, 한나라당 견제를 위해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 조순형 후보의 득표율"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오만도 심판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고, 조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이 탄핵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무려 14연패를 기록한 당이 당당하게 입에 담을 말은 아니다.
조 후보가 탄핵의 주역이었음을 잊게 해준 것은 누가 뭐래도 정부와 여당이다. 정권의 실책이 2년 넘도록 잊혀졌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음을 우리당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탄핵 주역과 맞섰던 우리당 후보는 3등을 했다.
그런데도 애써 딴전을 피우는 우리당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대내용 언급"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지금 우리당에게 무슨 말이 필요한가. 환골탈태를 결과로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다짐조차 거추장스럽다.
정치부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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