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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품격 문화도시 서울'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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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품격 문화도시 서울'의 조건

입력
2006.07.2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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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 그가 무대에 서면 객석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찬다. 관객들은 그를 통해 한 명의 명 지휘자가 음악과 공연의 수준을 얼마나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정명훈은 올해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구민회관, 대학 캠퍼스, 교회 등 장소를 불문하고 그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특히 그는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오디션 등을 통해 국내외의 실력있는 연주자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명훈과 서울시향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꼬여만 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명훈에게 서울시향을 맡기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중 하나가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인데, 당시 이명박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청소년 야외음악당 등이 들어서는 '노들섬 문화예술센터 조성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5ㆍ31 지방선거 이후 오세훈 시장의 원점 재검토 발표로 이 계획이 당초 구상대로 결실을 맺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서울시는 "세계 10위 도시에 어울리는 전문 공연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비록 세계적 수준은 아닐지라도 최근 국내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만 해도 서울 중구(충무아트홀)를 비롯해 경기 성남ㆍ고양ㆍ안산ㆍ오산시 등이 앞다퉈 예술의 전당에 버금가는 대형 공연장을 지었거나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가히 공연장 공급 과잉이라 할만 하다.

공연장이 생길수록 공연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진다. 일반인에게 높기만 하던 공연장의 문턱도 내려갈 것이다. 그러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공연 콘텐츠 부족으로 허덕이는 마당에 무엇으로 그 많은 무대를 채우며, 설령 채운다 한들 무대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지 염려가 앞선다.

턱없이 부족한 기획 인력, 빈약한 재정, 공연 콘텐츠 부족 등 고질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도외시 한 채 공연장 건설과 같은 외형에만 매달린다면 국내 공연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천명한 '고품격 문화도시 서울'의 랜드마크가, 또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반드시 대형 복합 문화예술센터일 필요는 없다. 여러 공연장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작품을 기획ㆍ제작하거나, 공연장들이 공연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존의 공연장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서울의 문화적 품격은 절로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세계적 지위를 고려해 랜드마크로 삼을, 그래서 우리의 공연예술 수준을 높일 '하드웨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정도가 바람직하다. 서울시향은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세계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유기적 조화, 그것이 서울을 문화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살찌우는 길이다.

황상진 문화부장 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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