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구설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김 부총리가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사업 연구비 2억여원을 받고는 동일 논문을 2개의 연구실적으로 만들어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김 부총리 내정사실이 알려졌을 때 교육적 비전문성과 교육갈등 해결에 적합치 않은 강성 스타일 등을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임명 후에는 그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자제해 왔다.
외고 출신 딸의 비동일계 진학,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한 허물이 적지 않지만, 국민 입장에서 시급한 교육현안 해결의 중요성을 더 높이 본 때문이었다. 하지만 논문 중복게재는 교육수장으로서의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앞서의 사안들과 같은 비중으로 볼 일이 아니다.
김 부총리는 청문회에서도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역점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알다시피 BK21은 대학 구조개혁과 더불어 교육부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양대 핵심 사업이다. 수조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교육부는 엄정한 기준을 세워 대학이나 교수들의 연구비 전용 등 부정행위를 감시, 적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정작 새 교육수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부정행위에 연루된 당사자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일은 논문표절 의혹처럼 오래 전 관행으로 돌릴 수도 없는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그는 해명을 통해 "새로운 교육지평을 열겠다"고 했는데, 이래 가지고야 앞으로 어떻게 정책들을 추진하고 영(令)을 세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 달라"는 새삼스러운 부탁도 염치없이 들린다. 과거를 바로 세우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며 나라 전체에다 온통 '과거 뒤지기판'을 벌여놓은 이들이 누구인가. 걸핏하면 도덕성을 독점한 듯 행세해온 이 정권이 과연 제 사람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지켜볼 일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에야말로 진지하게 거취를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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