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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만 턴 '大盜' 9년만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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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만 턴 '大盜' 9년만에 검거

입력
2006.07.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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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집만 골라 털어온 ‘대도(大盜)’가 9년 만에 검거됐다. 훔친 귀금속을 돌려주기 위해 경찰에 전화를 거는 등 간 큰 행각을 일삼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조성욱)는 27일 정모(51)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1997년 7월 자신의 형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재계인사록을 입수,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주로 서울 성북동과 한남동에 모여 있는 재벌 집들이 그 대상이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 검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5명. 모두 국내 유수의 기업 회장들이다. 현금은 물론, 다이아반지 고급 시계 금열쇠 진주 비취 등 피해액은 총 5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정씨 형제는 잘 사는 집엔 평일 낮 시간에 대개 가정부만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 가정부만 있는지 확인하고 담을 넘어 들어갔다. “우리는 강도다. 벌써 경비원 2명을 죽이고 들어왔다”고 가정부를 위협, 손발을 묶은 뒤 유유히 털어 달아났다.

형은 그 해 10월 붙잡혀 징역 5년이 확정됐으나 정씨는 형이 검거되자마자 홍콩을 거쳐 호주로 도주했다. 출국하기 직전 정씨는 훔친 귀금속의 일부를 컵라면 용기에 담아 세무서 앞에 가져다 놓은 뒤 경찰에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훔친 물건을 돌려줄 테니 형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씨의 검거 과정은 허탈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것도 지켜보지 못하고 9년간 해외 도피생활을 하던 정씨는 만기된 여권을 갱신하려고 국내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공소시효가 지났겠지’라고 안심했던 것. 여권이 제대로 발급되지 않자 스스로 경찰서까지 찾았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장소가 부촌이다 보니 정씨 형제의 범행 후 순찰이 강화됐을 텐데 어떻게 연쇄 범행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들의 대담한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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