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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강화 선원사, 연못으로 갈 테야, 내 맘에 불 밝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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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강화 선원사, 연못으로 갈 테야, 내 맘에 불 밝히러…

입력
2006.07.2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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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對比). 아름답다는 것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음은 추함이 있기 때문. 주변의 것들과 비교를 통해 빼어남은 힘을 얻게 된다. 미(美)란 것이 견줌의 결과물이라면 대비된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것으로 연꽃만한 게 또 있을까.

중국 북송시대 문장가 주돈이는 “진흙 속에서 나왔어도 때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었어도 요염하지 않다”고 하면서 연꽃을 “꽃중의 군자”라 칭송했다. 불가에선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꽃을 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해 극락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

지리한 장마를 보내고 폭염의 불볕이 이글거릴 때야 비로소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고귀함을 지닌 꽃중의 꽃 연(蓮). 지금이 바로 연꽃의 계절이다.

살랑이는 연향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 찾아간 곳은 강화도 선원면 지산리의 선원사지. 고려가 몽고의 침략으로 강화로 도읍을 옮긴 후 고종 23년(1232년) 최우가 세운 절이다. 오랜 항쟁 기간 불력(佛力)으로 나라를 일으키고자 대장도감을 설치하고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장소다.

고려의 호국불심을 지금 와서 연꽃의 세상으로 부활시킨 분은 선원사 주지인 성원 스님이다. 1993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스님을 반긴 것은 빈 터 위에 서있는 폐사지의 팻말 뿐이었다고 한다. 어렵사리 폐사지 한 편에 작은 법당을 세우면서 절이 모습을 갖춰가던 중 스님은 1997년부터 절 주변에 연꽃을 심기 시작했다.

대몽항쟁의 대장경 판각 이전, 강화도는 이미 고구려 소수림왕때 전등사가 세워진 초기 불교의 터전이었다. 불국토, 연화세상을 꿈꾸며 소박하게 시작한 연꽃밭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제 몸뚱이를 키워나갔다.

연이 주는 축복은 그저 화려함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꽃과 연잎, 연근이 바닥을 기는 쌀금 이상의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주변의 논들이 하나 둘씩 연의 정원으로 변신하게 됐고 올해는 1만5,000평의 연꽃밭에서 성대한 제4회 선원사 논두렁 연꽃 축제를 열게 됐다.

축제의 이름처럼 연꽃 밭의 산책로는 포장된 길이 아닌 논두렁. 연꽃밭을 거니는 걸음의 속도는 저절로 늘어진다. 질척거리는 땅도 땅이지만 분홍빛 고운 홍련, 순백의 청순한 백련, 수면 위로 피어낸 소담스런 수련 등 꽃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다 보면 자꾸만 멈춰지는 게 걸음이다. 방석만한 연잎이 논바닥을 가득 덮고 그 잎 사이사이로 수박만한 연꽃이 비죽 솟아 불을 밝힌다.

선원사 논두렁 연꽃 축제는 28일 시작해 5일 동안 이어진다. 이번 축제의 색다른 점은 밤에 즐기는 연꽃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문회사인 ㈜윙스텍의 협찬으로 연꽃 밭 위에 LED 불빛의 1만개 연등이 내걸린다. 땅에는 수만 송이 연꽃이, 하늘에는 소원을 담은 연등 1만개가 불을 밝히며 장관을 연출하는 것. 밤에 더욱 화려해지는 연꽃축제다. (032)933-8234 www.seonwonsa.com

강화=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향기로운 여행…연꽃 명소, 초록과 순백의 조화

초록의 연잎과 순백, 분홍의 연꽃이 빚는 아름다운 조화. 연꽃은 꽃을 완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선하게 만든다. 근년 들어 연꽃을 심는 사찰과 자치단체가 크게 늘어났고 7, 8월 연꽃이 만개할 즈음에는 각 지역에서 준비한 연꽃 축제가 흥을 더한다. 은은한 연향을 맡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연꽃 여행지들을 안내한다.

●태안 청산수목원

주변의 풍경과 빼어난 조화를 이룬 연꽃밭을 꼽는다면 단연 태안의 청산수목원이다. 태안읍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몽산포해수욕장 방향으로 8km 내려오다 해수욕장 1km 못미쳐 왼쪽 농로를 타고 700m 가량 들어가면 청산수목원이다. 1만5,000평의 연못에 백련, 홍련은 물론 색색의 아름다운 수련이 활짝 꽃을 피웠다.

부레옥잠 물양귀비 등 수생식물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즐겨 그린 랑그루아 다리를 본떠 만든 ‘고흐의 다리’가 운치 있고, 다리 건너 만(卍)자 2개를 겹쳐놓은 듯한 꽃길도 재미있다. 수목원은 연꽃 축제가 열리는 내달 25일까지만 일반에 개방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이하 2,000원. 연꽃 등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의 삼각대 사용을 금한다. (041)675-0656

●부여 궁남지

서동요의 주인공 백제 무왕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부여를 도읍지로 한 사비시대 무왕이 634년 별궁에 조성한 것으로 문헌상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궁남지를 보고 경주에 안압지를 조성했고 일본서기에 일본이 궁남지의 조경기술을 받아들였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본 정원 조경의 원류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당시의 3분의 1 정도의 규모로 복원됐다. 연못 가운데에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나무로 만든 다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연못 주변은 수양버들이 드리워져 풍미를 더한다.

궁남지의 1만 여 평 연못에서는 홍련, 백련, 수련 등 여러 종류의 연꽃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련이 아름다워 연꽃철이 되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부여관광안내소 (041)830-2523

●무안 회산방죽

무안 회산백련지는 약 10만평의 면적으로 백련 자생지로는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곳.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일제때 농업용으로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영산강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농업용수공급 기능을 상실, 방치됐었다. 저수지 주위의 마을 주민 한 분이 심은 12주의 백련이 오랜 세월을 거쳐 연못을 가득 메워 새로운 관광 자원을 이룬 곳이다. 연못 속에 연꽃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 관찰데크와 나무 다리가 설치됐다.

이곳 백련은 만생종으로 지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내달 중순 절정을 이룬다. 무안군은 제10회 무안백련대축제를 8월11~15일 회산백련지 일대에서 열 계획이다. 초의선사 탄생 220년을 기념하는 헌다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연꽃길 보트탐사, 연씨앗 공예체험 등이 준비됐다. 무안군청 관광문화과 (061)450-5319, tour.muan.go.kr

●양평 세미원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평 양수리에도 거대한 연꽃단지가 조성됐다. 2만9,000평 규모의 세미원은 연꽃 가득한 대형 연못이 6개. 마음을 닦자는 의미로 빨래판이 산책로의 보도블록을 대신하고 꽃밭 주변에는 한국의 시들을 적은 갓을 쓴 등이 저녁이면 불을 밝힌다. 두물머리 입구의 석창원도 재미있다. 고려때 문인 이규보가 설계했다는 수레형 정자 사륜정이 복원돼 있고 정조 때 창덕궁의 온실 등을 재현해 놓았다.

이들 연꽃단지는 경기도가 연꽃을 통해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정화하고 연재배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도 향상하기 위해 조성한 곳. 230종의 연꽃과 수련에 이어 창포ㆍ물달개비ㆍ부들 등 200종의 수생식물도 자라고 있다. (031)775-1834 www.semiwon.or.kr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성원 스님 "강원도를 연꽃섬으로" 포부

아직도 동자승의 미소를 품은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둥글둥글한 인상과 달리 뚝심 있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강화 농업의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강화관광농업연구소 회장이기도 한 스님이 가장 몰두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연꽃. 연꽃으로 건강을 구하고 농촌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겠다며 ‘연화정토(蓮花淨土)’ 구현에 매달리고 있다.

스님은 선원사 주변의 1만5,000평의 연꽃밭에 만족하지 않는다. 강화도 전체를 연화도로 만들고, 우리 땅 전체를 연나라로 만들고 싶은 포부가 있다.

스님은 쌀농사의 대체작물로 연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은 꽃, 잎, 대, 뿌리 등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식물. 차와 가루 등을 식용으로 쓰면 몸에 전혀 부작용은 없으면서 비만, 변비, 당뇨 등에 큰 효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도 심장병 장애3급으로 1년이면 2번을 병원 중환자실 신세를 졌었지만 연을 가까이 하면서부터 이제는 병원을 멀리하게 됐다고.

연잎, 연근 가루를 묻힌 삼겹살을 구우면 바닥에 눌러 붙지도 않고 기름이 굳지도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꽃으로 돕는 건강이 인간을 넘어 가축에 까지 미친다면 연꽃의 시장은 무궁무진해진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연꽃은 생산이 문제이지 소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스님은 선원사 인근 선원면 창리에 ‘연꽃세상 좋은 연’이라는 연 전문 음식점을 냈고, 냉면 제조 공장을 인수해 ‘좋은 연식품’이라는 냉면공장을 운영해 매년 매출을 늘이고 있다. 사찰과 300m 거리의 불한증막도 스님의 작품이다. 강화에 와서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쉬었다 가라고 한 배려다.

한편, 사찰 뒤편에는 절에서는 드물게 우사가 한 동 있다. 그 안에서 사는 어미소 3마리가 목탁을 친다는 ‘우(牛)보살’ 들이다. 혀로 볼 안쪽을 두들겨 목탁 소리를 내는 소들로 스님이 경남 고성 등지서 직접 ‘모셔온’ 소들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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