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때문에 검찰에 매일 소환되는 등 엄청나게 고통 받고 있다. 내가 갑자기 브로커가 됐다.”
현직 고법 부장판사, 검사 등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가 증인 신분으로 나선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나온 26일 모든 진술을 거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김씨는 증인으로 나선 사건과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성원)은 27일 김씨로부터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1,000만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국회의원 보좌관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검찰이 김씨로부터 압수한 2005년도 다이어리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김 보좌관을 기소한 탓에 재판의 쟁점은 다이어리의 위조 여부였다. 이 다이어리는 법조 비리와 관련해 전ㆍ현직 법조인들의 ‘살생부’로 주목 받고 있다.
김씨는 “다이어리는 집 밖으로 가지고 가지 않아 한가지 펜으로만 작성했고 보좌관 건 외에 딸 결혼식 등 중요 사건을 일기식으로 기록해 놓았다”며 보좌관 변호인 측의 위조 가능성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훼손의 우려가 있어 같은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한번, 일기 형식으로 한 번 등 두 번 적어 놓았다”며 “누구를 만나면 그 후 이틀 안에 시간과 장소, 동행한 사람 등 주요 내용을 썼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 도중 검찰로부터 추궁 받고 있는 자신의 혐의를 염두한 듯 “다이어리가 (검찰에 의해) 압수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이어리 작성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다이어리의 위조 여부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를 신청하자 “감정이 가능한지 우선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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