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래마을 영아 시신 유기사건이 미스터리만 남긴 채 미궁(迷宮)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집 주인과 그의 친구이자 유력한 용의자인 프랑스인 2명은 이미 한국 땅을 떠났고 또 다른 출입카드를 지닌 필리핀 가정부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외국인에 대한 사법권이 없는데다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이들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다”며 ‘현실적 한계’를 하소연하고 있지만, “사건의 핵심 관련자를 눈뜨고 출국케 하는 등 수사가 너무 느슨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6일 “추가로 확인된 내용이 없어 당분간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개점휴업’을 선언했다. 바로 이 시간 23일 자신의 빌라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던 집 주인 C(40)씨는 가족과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경찰은 “필요하면 C씨의 출국을 늦추도록 조치하겠다”고 호언해 왔지만, 그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
C씨가 집을 비운 지난달 29일부터 19일 사이 모두 4차례에 걸쳐 빌라에 드나들었던 유력한 용의자 P(48)씨는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21일 프랑스로 떠난 이후 경찰이 접촉도 못한 상태다.
경찰은 CㆍP씨와 함께 용의선상에 올려 놓은 필리핀 가정부 L씨와 C씨 집 현관에서 목격된 14세 가량의 프랑스계 백인 소녀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또 백인 또는 백인과 황인종의 혼혈로 보이는 영아들의 진료 기록을 찾기 위해 인근 산부인과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DNA 조사결과와 용의자 등 프랑스 주민들이 귀국하는 8월 말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속수무책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 해지자 경찰 수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씨는 23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친구 P씨와 통화했지만, “통화내용은 사생활이라 함부로 물어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통화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