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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탈북자, 난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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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탈북자, 난민, 이민

입력
2006.07.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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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주재 미국영사관에 들어온 탈북자 3명을 정치적 난민으로 22일 받아들였다. 미국은 5월에도 탈북자 6명을 정치난민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탈북자를 정치난민으로 인정해서 미국으로 보내줬다는 점에서 첫번째 사례와는 또 다르다. 과거의 동서독관계에 비춰보면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주는 청신호가 될 수도 있다.

동서독 통일의 계기가 된 동독 주민의 대거 이탈은 동독이나 서독이 아니라 주변국인 동구권이 변하면서 가능했다. 1989년 구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 정책에 동조한 동구권이 헝가리를 시작으로 동독인들의 국경 유입을 받아주고 서독행을 도우면서 동독은 1년만에 국가로서 시효를 마감했다.

● 동독 붕괴는 주변국 도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변화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문제에서 중국을 소외시킨 데 따른 일시적인 조치일지는 몰라도 그 변화를 적극 살려봄 직하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싸늘해진 남북관계만 봐도 북한과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신뢰를 먼저 깨뜨리고서도 상대방은 무조건 도와주기를 바라는가 하면 그렇게 해줄 수 없다고 하자 이산가족상봉이나 백두산관광 주계약사 같은 기왕의 약속을 손쉽게 뒤집는 이들과 무슨 협력이 가능할까.

그동안 정부 정책이나 북한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의 제안은 북한에 시장경제를 심어서 북한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나가길 바랐지만 이런 기대는 북한의 수준에 비춰보면 턱없이 높은 것이었다는 게 이번 사태로 분명히 드러났다. 북한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과거 동독이 그랬듯이 이탈주민들이 점차로 늘어나길 기대하고 지원하고 대비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를 특별대우하는 현재의 지원체계를 되돌아봐야 한다. 탈북자는 2005년 1월부터 정착금 2,000만원과 직장 장려금, 직업훈련 지원비 등으로 3년 동안 최고 3,50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기에 주거비 지원, 제3국에서 데려오는 비용, 하나원 교육 같은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욱 크게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이탈주민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탈북자들이 반드시 받게 되어있는 하나원 교육이 밀려서 제3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원성도 나오는 판이다.

● 자립 중시 미국 정책 배워야

5월에 미국이 탈북자를 정치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데 관여했던 천기원 목사는 "탈북자들에게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자립을 지원하고 자립할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의 난민정책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즉 북한이탈주민에게 목돈을 주는 반면 미국은 6개월 동안 주당 200달러의 용돈 외에는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6개월간 의식주를 지원하지만 부식만 살 수 있는 카드와 옷만 살 수 있는 카드를 통해 생필품을 지원한다. 동시에 취업프로그램을 거쳐 취업을 하게 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돈을 자립한 후에는 갚도록 한다. 미국의 경쟁력은 노력하는 만큼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서 나오는데 난민정책에서도 이것이 그대로 적용이 된다. 그에 반하면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책은 자칫하면 대상을 응석받이로 만들 수 있다. 국가에도 개인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비단 탈북자 문제 뿐만이 아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유럽의 무슬림들을 다루면서 '미국에 난민으로 받아들여진 무슬림 여성이 어떻게 돈을 벌까 궁리하는 동안 같은 무렵 유럽에 들어온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며 현실 적응을 우선시하는 미국 프로그램의 장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노동인력의 부족으로 주변국에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하고 정치적인 난민도 받아들여야 하는 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만 특별대우할 것이 아니라 한국을 새로운 조국으로 맞이하려는 이들에게 어떤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인지 포괄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준비할 때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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