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6일 입법 예고한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은 대책 없이 ‘홧김 이혼’을 하거나 이혼 후 양육 비용을 주기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아 피해가 고스란히 자녀에게 이어지는 걸 막자는 게 주된 취지다.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보다 안정적으로 자녀가 자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협의 이혼시 어떤 사항을 합의해야 하나.
현재는 남편과 아내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법원에 제출하면 그만이다. 자녀 양육사항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없어도 서로 이혼할 의사만 있으면 이혼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협의서에 양육자, 양육비용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이를 명시했더라도 법원이 볼 때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으로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아내가 자녀를 맡아 키우기로 했는데 이혼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는 이유로 직업이 없는 아내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턱도 없이 적은 금액을 주기로 합의한 때에는 법원이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
-협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으면.
양육 비용 강제 집행을 법원에 신청하면 된다. 법원은 고정적으로 월급에서 양육비를 떼 자녀를 맡은 아내(혹은 남편)에게 주도록 남편(혹은 아내)이 다니는 회사에 명령할 수 있다. 현재는 매월 양육비를 주지 않을 때마다 수시로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이혼 상대방이 봉급 생활자가 아닌 경우엔 전체 양육비에 상당하는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육비 전체 또는 일부를 일시불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마저 지키지 않으면 30일 이내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 수감을 각오해야 한다.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를 대비해 그 사람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이혼 상대방이 실업자가 되거나 직장을 옮겼을 땐.
개정안의 근본 취지는 ‘양육비를 줄 형편이 되는데도 주지 않는’ 폐단을 막자는 데 있다. 이혼한 뒤 실직을 해 양육비를 줄 수 없을 때엔 어쩔 수 없다. 직장을 새로 얻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이나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입을 얻게 된 경우에도 양육비를 줄 의무가 없다. 남편(혹은 아내)이 직장을 옮겼을 경우 자녀를 키우는 아내(혹은 남편)는 다시 그 회사를 상대로 월급에서 양육비를 떼주도록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회사 재산을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까지 가능하다.
애초 둘 다 양육비를 댈 형편이 안 될 경우엔 ‘그나마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법원이 양육자로 지정한다.
-이혼 전에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는 없나.
개정안은 혼인 중에도 부부 사이에 재산분할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남용을 막기 위해 부부 일방이 주거용 건물을 멋대로 처분하는 경우, 부부 일방이 부양 의무를 상당기간 이행하지 않은 경우, 향후 재산분할이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부부가 2년 이상 별거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원칙적으로 결혼 후 취득한 재산은 이혼할 때 5대 5로 분배 받을 수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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