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부인과 3곳 중 1곳 정도가 자연분만을 해도 문제가 없는 산모에게 제왕절개 시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5년 상반기 분만이 50건 이상인 산부인과 680곳(종합전문병원 40곳ㆍ종합병원 93곳ㆍ병원 100곳ㆍ의원 447곳)의 제왕절개 분만율을 조사해 그 결과를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26일 공개했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낮은 병ㆍ의원을 일부 밝힌 적은 있지만 이 같은 전면 공개는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산부인과의 평균 제왕절개 분만율은 37.5%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적정 비율인 5~15%를 크게 상회했다. 또 미국(29.1%) 등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비율이 상당히 높아 제왕절개분만이 과다하게 시술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율이 가장 낮은 곳(인천 성모산부인과의원 2.8%)과 가장 높은 곳(부산 지방공사부산의료원 82%)의 격차는 무려 30배나 됐다.
하지만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복지부는 실제 제왕절개 분만율만 밝히지 않고 입원한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태(고령 태반문제 임신중독증 등)를 고려해 제왕절개 분만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보정작업을 거쳤다.
복지부는 실제 제왕절개 분만율이 적절한 수준의 제왕절개 분만율을 초과하는 정도에 따라 위험도를 감안해 의료기관들을‘낮음’‘보통’‘높음’ 등 3단계로 나눴다. 그 결과, 제왕절개 시술 남용을 의미하는‘높음’으로 나온 기관이 214곳(31.5%)에 달했다.
종합전문병원 중에는 경북대병원(실제 제왕절개율 57%) 경상대병원(56.2%) 고려대 안암병원(49.5%) 동아대병원(51.9%) 부산대병원(59.8%) 순천향대병원(42.3%) 연세대 원주기독병원(62.9%) 영남대병원(57.5%) 원광대병원(62.6%) 전남대병원(57.7%) 충남대병원(57.6%) 등 11곳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종 수술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는 제왕절개와 달리 자연분만은 산모의 회복시간이 빠르고 출산아의 지능이 높다는 장점이 많지만 고령임신이 늘고 있는 추세 때문에 제왕절개율이 크게 줄고 있지 않다”며 “향후 제왕절개 분만율이 낮은 의료기관에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연분만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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