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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미 대사관의 무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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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미 대사관의 무력감

입력
2006.07.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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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한국대사관이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정세가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하나같이 일선 외교관들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패'에 관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노무현 대통령의 국무회의 언급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미국의 실패는 논리적으로 그것을 가능한 막아야 했던 한국 외교의 실패로 연결된다. 노 대통령이 '북한 목 조르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렇게까지 문제를 삼는 마당에 외교관으로서 자책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들의 반응은 허탈함에 더 가까웠다. 아예 "물어보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웃고 만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주문하고 있는 지 취지를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익명과 비보도를 전제로 했을 때의 말은 더 직설적이지만 그것을 여기에 옮길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9월 중순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추진 과정에서부터 "정상간에 풀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제 급기야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한들 뭐하겠느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주미대사는 노 대통령의 방문 자체가 영광일수도 있겠지만 휴가를 반납한 채 정상회담 준비에 나서 있는 외교관들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실패와 오류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미국이 교정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중책을 자임한 셈이 됐다. 지켜볼 일이다.

한 외교관은 "내막을 알면 더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말 지금은 아주 어려운 때"라며 "온 국민이 함께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를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초당적으로 화합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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