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가 만든 교사용 통일교재라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저열한 의식과 지적 수준을 드러내 보이는 증거물이다. 원용자료가 북한의 주체사관 역사서라는 것부터 기막히지만, 더 한심한 것은 명색이 교사라는 사람들이 이런 자료에 대한 비판적 분석도 없이 그냥 갖다 베낀 내용을 교재랍시고 펴놓고 앉아 짐짓 진지하게 서로를 가르치고 배웠을 모습이다.
이러면서도 이들은 남북, 한미관계 등 현안과 관련한 일방적 학생교육이 문제될 때마다 비판적, 합리적 사고를 키워 주려는 것이라고 강변해왔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어디 있나.
북한책을 전재하다시피 한 것이니 상투적 내용이야 보지 않아도 뻔하다. 김일성이 이끈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조국광복의 역사적 위업이 성취됐고, 6·25는 미제로부터 남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식이다. 이런 시각에선 북한민중의 삶을 더욱 파탄으로 몰아가는 선군(先軍)정치도 성공적인 정치체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1980년대 억압적 군부통치체제에 저항한 많은 학생 등이 한때 대안으로 북한체제와 주체사상에 경도된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 내부에서도 발전된 연구와 치열한 논쟁을 거치고 동구권의 몰락 등 세계사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대부분 극복돼 현재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이 보편화해 있다.
이런 판국에 현실적으로 엄연한 국보법 저촉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낡은 북한관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무지를 드러내 보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관련 전교조 교사들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저 일반의 상식에 반하는 입장을 좇는 것이 무슨 대단한 진보적 태도인 양 여기는 착각에서부터 벗어날 일이다.
교사들의 왜곡된 인식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규모 모임의 교재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의 변명은 무책임하기 그지 없다. 이런 자질의 교사들에게 우리의 아이들을 맡겨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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